의학용어 몰라도 된다→크론병은 못된병 ‘닥터 차정숙’, 자신감이 불러온 치명적 논란[MD이슈](종합)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잘나가던 ‘닥터 차정숙’이 ‘크론병 논란’에 휘청이고 있다.
'닥터 차정숙'은 40대 후반에 레지던트 1년차로 새 생활을 시작한 차정숙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드라마. 8회 기준 전국 16.2%, 수도권 16.9%(닐슨코리아 집계)의 높은 시청률을 얻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6일 방송된 7회에서 논란이 터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항문 복원 수술 실패 후 삶을 비관해 유서를 쓰고 옥상에 올라가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그에 앞서 환자를 향해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을 할 수 있나", "이 병 유전도 된다면서"라고 독설을 퍼붓는 가족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환자복을 들추며 환자의 아픈 몸을 비난하는 장면도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픈 거 극복하려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드라마 보고 모든게 무너진 기분입니다. 죽고 싶네요” “크론병 환우 본인 가족은 이런 쓰레기 같은 드라마에 지옥에 살고 있습니다” “환자들 인생 망치고 싶어서 작정했나요?”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닥터 차정숙' 7회 방송분과 관련해 현재까지 총 43건의 민원이 접수돼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앞서 제작진은 의학용어는 몰라도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연출을 맡은 김대진 감독은 제작발표회를 통해 "저희는 의학드라마를 빙자한 가족드라마다. 의학용어는 모르셔도 전혀 상관이 없다. 그래서 자막도 넣지 않았다. 사람이 죽는 것인지, 사는 것인지만 알고 편하게 보시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작진의 자신감은 독이 됐다. 아무리 가족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의학용어는 설명해 주는 것이 시청자에 대한 예의다. 무엇보다 크론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저렇게 독설에 담아 버젓이 내놓는 것은 환자 가족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몸이 아파 힘든 생활을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완치를 목표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큰 피해를 안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연 ‘닥터 차정숙’ 제작진이 어떤 사과를 내놓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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