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정말 몰랐나'…너무 절묘했던 타이밍, 풀리지 않는 '3가지 의혹'

한병찬 기자 2023. 5. 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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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내부 정보 이용부터 공모 의혹까지…사퇴에도 짙어지는 논란
김 회장 "증여세 마련을 위한 우연의 일치…주가조작세력 몰라"
금융감독원이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3.5.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조작 사태 연루 의혹을 받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지난 4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논란이 계속 확산하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이 지분을 매입·매도한 시점이 너무나도 절묘해 '미리 알았거나' 혹은 '주가조작 일당과 공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매도했다는 설명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의혹1, 주가조작 사전 인지했나?

김 회장에게 제기된 첫번째 의혹은 주가조작 세력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란 내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키움증권 최대주주인 김 회장이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것과 차익결제거래(CFD)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을 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주가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달 20일 시간 외 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1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현금화했다. 이후 다우데이타 주가는 대량거래와 함께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다우데이타 주가는 지난 8일 김 회장 처분가 대비 37.2% 하락한 1만6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주가가 오르기 전인 지난해 6월부터 9월 사이 21차례에 걸쳐 다우데이타 주식 3만4855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매입 당시 1주당 1만원 안팎이었던 주가는 김 회장 매입 직후인 10월부터 폭등하면서 5만원 안팎을 유지했다. 김 회장이 지분을 늘린 건 2008년 4월22일 이후 14년 만이다.

◇의혹2, 내부정보로 주가폭락 미리 알았나?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직책을 이용해 언론의 취재나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등의 미공개 내부 정보를 미리 입수, 주가가 폭락하기 전 매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주가 폭락 사태를 주도한 배후이자 윗선으로 지목된 라덕연 대표에게 3년 전부터 투자 권유를 받고 자문도 했다는 A씨는 "라 대표는 주가조작에 있어서 대주주라는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김 회장에게 접촉을 시도했을 수 있다"며 "김 회장이 CFD계좌에서 발생하는 특이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미공개 중요정보'는 불특정 다수가 알기 전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정보를 말한다. 법률은 미공개 정보를 공개 전에 매매 등 거래에 이용하거나 제삼자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으로 규정하고 위반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액수에 따라 가중 처벌한다.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등기이사장직에서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매각해 현금화한 605억원은 사회에 전액 환원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2023.5.4/뉴스1 ⓒ News1 공준호 기자

◇의혹3, 주가조작 일당과 공모? 증여세 걱정하면서 지분 늘렸다?

더 나아가 일부 피해자들은 김 회장이 작전 세력과 공모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5일 <TV조선>보도에 따르면 주가조작 수사 대상자로 출국 금지된 B씨는 한 투자자와 만난 자리에서 키움 사내 체육대회에서 김 회장의 아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친분을 과시했다. 6년 동안 키움증권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B씨는 김 회장 사위와 키움그룹에 같은 해 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형 증권사를 핵심 계열사로 둔 그룹 소유주가 불공정거래인 시세조종에 가담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세조종 혐의로 처벌되면 증권사 대주주 자격이 박탈돼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 측은 "증여세 마련을 위한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주가조작 세력은 알지도 못하고 전혀 관련이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김 회장은 라 대표와의 관계나 과거 매매 시점에 대한 논란 등에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하며 의혹을 키웠다.

김 회장은 사퇴와 함께 주식 매각대금 전액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지켜본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키움증권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집단 소송에 나서며 논란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증여세를 내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는 주장은 앞서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상속 증여를 생각했다면 추가 매입할 필요가 없는데 추가 매입을 했다"며 "오히려 주식 가격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전에 파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자녀들의 증여세 부담이 걱정이었다면 오히려 보유 주식을 매각해야 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키움증권을 상대로 CFD 거래를 원칙에 맞게 처리했는지 들여다보고 김 회장이 지분을 고점에서 매도하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정황이 있는지 검사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도 김 회장을 수사선상에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라 대표에게 돈을 맡겼던 투자자 50여명은 전날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에 김 회장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불법이 있었는지를 전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며 "만약 모든 의혹을 해명하더라도 기업가로서 윤리적, 도덕적 비난은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차액결제거래(CFD) 내용을 중점 조사하면서 키움증권의 최대주주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수상한 매도' 정황도 따져본다는 방침이다.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3.5.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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