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미국과 무역이니셔티브 연내 마무리, FTA 기대”…중국, 경제협정 중단 보복 가능성

이종섭 기자 2023. 5. 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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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8일 총통부에서 북미대만상공회의소연합총회 방문단을 접견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캡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를 연내 마무리하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만이 미국과 FTA를 추진할 경우 중국은 양안(중국과 대만)간 FTA 성격을 갖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이 총통은 지난 8일 북미대만상공회의소연합총회 방문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과의 21세기 무역 이티셔티브가 두 차례 협상을 통해 이미 큰 진전을 이뤘다”며 “올해 안에 무역 이니셔티브 협상을 마무리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FTA 체결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대만 총통부가 9일 밝혔다. 차이 총통은 이 자리에서 “대만은 미국의 8대 교역 파트너이며 대만과 미국은 산업 구조에서도 상호보완성이 뛰어나다”며 “대만과 미국의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다면 양측 국민을 위한 더 많은 복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지난해 대중 견제 성격의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면서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대만을 제외한 대신 별도 경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양자간 협의체다. 대만은 이를 미국과의 FTA 추진의 발판으로 삼아 대중 무역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대만은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미 수출 비중은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 협상을 마무리하고 FTA 체결까지 추진할 경우 대만은 중국의 반발과 보복성 조치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경제·무역 협력 강화 움직임에 대해 “주권적 의미와 공식적 성격의 경제무역협정을 포함해 어떤 나라가 어떤 형식으로도 대만과 공식 왕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중국이 최근 대만에 대한 무역 장벽 조사를 시작한 것도 이런 흐름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중국 상무부는 오는 10월12일까지를 1차 시한으로 대만이 수입을 금지한 2455개 품목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 장벽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이 대만과의 ECFA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CFA는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 집권으로 양안 관계가 안정기에 있던 2010년 관세 감면과 서비스업 시장 개방 등 경제·통상 협력을 위해 양안간에 체결된 협정이다. 실제 최근 중국 관영언론은 ECFA가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것이라며 여론 조성에 군불을 지피기도 했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관지인 인민정협보는 지난 6일 기사에서 “ECFA는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합의)’을 전제로 채결된 것으로 대만 민진당이 92공식을 부인하는 만큼 ECFA는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중국은 선의로 ECFA를 계속 유지했지만 민진당 당국은 지난 7년 동안 ‘대만 독립’ 분열 활동을 추진해왔다”며 “양안 사이에는 이미 ECFA가 계속 작동할 정치적 합의의 기반과 전제조건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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