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경제] 文정부 부동산 규제 대거 해제… ‘주택 공급·깡통전세’는 과제
재건축 사업도 단계별 ‘대못’ 없애
공시가격 10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
안정적인 주택 공급은 남은 임기 과제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 때 겹겹이 쌓았던 부동산 규제 탑들을 하나씩 허물었다. 저금리에 부동산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했던 당시 내놓은 규제들이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4곳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면서 각종 세제와 대출 규제가 완화됐다.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의 허들을 낮추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손봤다.
윤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역대 최대 수준인 18.61% 하향해 주택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도 덜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연착륙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중장기 공급 문제와 깡통전세, 전국적으로 쌓이고 있는 미분양 상황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남은 과제라고 짚었다.
◇ 전국 규제지역 풀고 재건축 사업도 ‘날개’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에서 채웠던 규제 단추를 하나씩 풀어가는 단계적 수순을 밟는 데 힘을 썼다. 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4차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지방부터 서울까지 차례대로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용산구 4곳을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 규제가 풀렸다.
규제가 완화되면 다주택자 양도세와 취득세, 종부세 중과 등 각종 세제와 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도 사라진다. 분양권 전매 제한의 경우 수도권은 최대 3년, 비수도권은 최대 1년으로 축소됐다. 중도금 대출 상한 제한이 폐지되고, 실거주 의무도 없애기로 했다.
재건축 사업의 ‘대못’으로 거론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개편안도 발표했다. 부담금 면제 구간을 초과 이익 3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높이고, 1주택 장기보유자들에게는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담았다.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 문턱도 낮췄다. 국토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던 ‘구조 안전성’ 점수 비중을 확 낮추고 ‘주거환경’ 점수 비중을 높여 재건축 추진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배관 누수, 주차장 부족, 소방시설 취약 등 아파트 노후화로 인한 문제가 있는 단지의 재건축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정부가 청사진을 내놓았음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들이 있다는 점에선 한계가 있다. 재초환 개편안은 발표된 지 약 8개월이 지났지만,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전매제한은 지난달부터 완화됐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 공시가격 역대 폭 인하… 부동산 세금 부담 덜어
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는 등 부동산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힘썼다.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인하하고, 일시적 2주택 등의 경우 세 부담을 낮췄다. 지난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결정세액은 당초 예상했던 약 9조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8.61% 하향해 ‘역대 최대’ 인하 폭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이어진 공시가격 상승세가 10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공시가격 인하 조치로 주택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도 줄게 됐다.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80%까지 풀고, 최대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했다. 규제지역 내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제한도 풀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막히는 기준선은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했다.
◇ 주택 공급·깡통전세·미분양 문제는 ‘과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방적인 부동산 규제 해제로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경착륙’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숙제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장기 공급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데다 전세사기 문제 등이 산적해 있어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추진돼야 집값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5년간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로드맵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점검하고 3기 신도시 개발 상황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문제가 된 ‘깡통전세’ 문제도 윤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평균적으로 저점을 찍고 반등한다고 해도 지역별, 매물별로 가격 회복이 힘든 곳은 여전히 많을 것”이라며 “하반기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시장 경제의 원리를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피해자 지원에 계속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쌓이는 미분양 문제를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부실 채권이 발생한 경우 정부가 미분양 물건을 사줘야 하지만, 원래 가격의 40% 수준으로 매입하는 등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사들여야 한다”면서 “문제가 터지면 불을 끄기 위한 정책을 매번 내놓지만, 디테일에서 잘못된 부분이 많았던 만큼 이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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