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 한지 18일 만에...멸종 위기 '시베리아 호랑이' 목숨 앗아간 이 병의 정체는?

서애리 2023. 5. 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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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은 지난 4일,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인 시베리아 호랑이 '파랑'이가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으로 폐사됐다고 전했다. '범백'이라 불리는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은 바이러스 감염성 질병으로 면역력이 약한 어린 개체에 치명적이다. 파랑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순수 혈통인 수컷 로스토프(12세)와 암컷 펜자(12세) 사이에서 태어나 화제가 된 호랑이 삼둥이 중 한 마리로, 지난달 22일 다른 호랑이들인 '해랑, '사랑'과 함께 돌잔치를 열기도 했다.

 

호랑이와 같은 고양잇과 동물에게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은 치명적인 전염병이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시베리아 호랑이 ‘파랑’,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에 감염
파랑에서 처음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2일로, 갑자기 먹이를 먹지 못하고 구토 증상을 보여 항생제 주사를 놓는 등 즉각 치료에 나섰지만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사랑과 해랑도 지난 4일과 5일 각각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랑과 해랑은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반면, 파랑은 증상 발현 후 이틀 만에 폐사됐다. 시베리아 호랑이 삼둥이는 작년 6~8월 세 차례 백신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에 감염됐다. 이 병은 치료제가 없고 예방 접종을 하더라도 걸릴 수 있다.

파랑을 죽음으로 몰고 간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은 고양잇과 동물만 걸리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고양이, 어린 밍크, 미국 너구리 등 모든 고양이과 동물은 감염될 수 있으며, 동물원의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살쾡이, 치타 등에서도 발생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명 '고양이 흑사병'으로 알려져 있다. 흑사병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아서다.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은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난다. 파보바이러스의 주요 타깃은 골수와 소장이다. 감염될 경우, 백혈구가 급속히 감소하여 몸의 방어력이 붕괴된다. 그래서 평소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던 감염체도 상당히 치명적으로 변한다. 면역력이 약한 새끼들에게 특히 치명적인 이유다. 새끼 고양이의 경우 치사율이 90%에 달할 정도이다.

발열, 탈수 등 증상…어린 개체일수록 치사율 높아
파보바이러스는 감염된 고양이의 분변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된다. 분변이나 체액과 접촉한 벼룩, 빈대, 음식, 신발 등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따라서 집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라고 해서 전혀 안심할 수 없다. 파보바이러스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1년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다.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염 시점에서 3~10일(최대 15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감염 동물에 따라 다른 증상을 나타내는데, 고양이, 개, 밍크 등에서는 장염을 일으키며, 갓 태어난 송아지에서는 설사를, 돼지에서는 유산, 사산, 태아흡수 등의 번식 장애를 유발한다. 공통적인 주 증상으로는 △탈수 △피가 섞인 설사 △기력이 없거나 △열이 나거나 △토하거나 △체중이 줄거나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자신의 등과 꼬리를 물어뜯기도 하며 △대변에서 심한 악취나 락스 냄새가 나기도 한다. 어린 개체의 경우 감염 4~9일 만에 체온 저하와 쇼크로 급사하기도 한다.

치료 약은 없지만 예방할 수 있어… 특히 다묘 가정에서 주의 필요
범백혈구 감소증은 진행이 매우 빠른 질환이지만, 치료 약이 따로 없다. 범백혈구 감소증이 의심될 때는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영양소와 전해질을 공급하고 2차적인 복합감염을 막는 것이 중요하기에 항생제와 수액 처치를 진행하며 대증치료도 병행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고양잇과 동물에게는 항혈청을 주사하는 것이 좋다. 항혈청을 주사했을 경우에는 2~3주간은 예방약을 접종하지 말아야 한다.

한번 이 질환에 걸렸다가 회복된 고양이과 동물은 면역이 형성된다. 그래도 매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범백혈구 감소증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6~9주 령부터 백신 접종을 해주면 된다. 다묘 가정에서 범백혈구 감소증이 발생했을 경우, 모든 물품을 깨끗하게 소독해야 파보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 특히 어린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예방에 힘써야 한다. 외출 후 보호자가 바이러스를 옮길 수 가능성도 있으니, 늘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고양이 식기는 자주 소독해 주는 것이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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