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폭염’ 덮쳤다...사상 최고 기온 갈아 치운 ‘이 나라’ 여행 피하세요
“5월 중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폴 3개국을 여행할 계획인데 날씨에 벌써 겁이 납니다.”
동남아시아로 이른 휴가 계획을 세운 강지훈(가명·40) 씨는 비행기 티켓을 취소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구글에서 각 지역의 날씨를 검색해볼 때마다 40도를 넘는 기온에 여행을 갔다가 자칫 더위로 고생만 하다 올까 봐 걱정이 되어서다.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국가들이 지난달부터 45도에 육박하는 날씨가 이어지는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보통 동남아시아의 4월 기온은 30도 중·후반이고, 5월 우기가 찾아오면 한 풀 꺾이는데, 엘니뇨(적도 지역의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의 영향으로 강우량이 줄고 기온은 오르면서 때아닌 봄 폭염이 닥쳤다.
7일 (현지 시각)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립기상예보기관은 이날 북부 탄호아성 기온이 섭씨 44.1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전 기록은 2019년 4월20일 북중부 하띤성에서 관측된 43.4도였다.
태국 기상청에 따르면 같은날 동부 촌부리와 방콕 체감온도는 각각 53도, 52.7도, 대표 휴양지 푸껫은 51.1도까지 치솟았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서부 지역에서도 1960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 측정됐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에 수도 다카의 도로 표면이 녹아내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BBC방송은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우기가 오기 직전 고온이 지속하는 편이지만 올해는 폭염 강도가 이전 기록을 뛰어넘었다”라고 전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 중심가에는 시민들이 폭염을 피하려 외출을 자제하면서 거리에 행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베트남 대표적 상업 도시 다낭에서는 높은 온도로 인해 농부들이 평소보다 일찍 일을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당국은 국민들에게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실내에 머물라고 당부하고 있다.
불볕 더위로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태국 중부 사뭇사콘주의 50대 남성은 음료를 사러 나갔다가 열사병으로 숨졌고, 방콕의 총선 사전투표소 두 곳에서는 유권자와 선거 관리자 17명이 실신했다. 인도에서는 뭄바이 인근 한 시상식장에서 최소 13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고 수십명이 입원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11세 소년과 19개월 된 아이가 야외에서 열사병과 탈수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7월은 더 하다…각국 해결책 마련
전문가들은 올해는 엘니뇨 영향으로 폭염의 강도가 이전 기록을 뛰어넘고 있으며, 홍수 역시 잦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엔(UN)세계기상기구(WMO)도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10월까지 엘니뇨로 인한 기후 패턴이 나타날 것이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는 7월부터라고 밝혔다.
엘니뇨란 반도 남동쪽 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으로,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한 때 지구 온도는 약 0.2도 상승했다.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16년 역시 엘니뇨가 발생했던 시기다.
각국 정부는 대비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필리핀 정부는 수도 마닐라의 주요 저수지 수위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물 위기에 직면하자 국가수자원위원회가 비상계획을 가동해 지하수 생산량을 늘리는 데 부심하고 있다.
태국은 지난달 국가수자원청이 국민에 물 절약을 촉구하는 경고를 발령했다. 말레이시아 왕립 공군은 기상청과 협력해 페낭 지역 상공에 구름을 만들어 댐에 물을 보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상청은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개간하는 데 자주 사용되던 화전 방식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2월부터 농부들과 플랜테이션 회사에 화재 발생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권고해왔다.
말레이시아 국영전력공사는 무더위에 전력 사용이 폭증하자 ▷암막 커튼 치기 ▷건조기 대신 햇볕에 빨래 말리기 ▷냉장고 용량의 3분의 2만 채우기 등 전기 절약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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