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돈봉투, 민주당은 드러나서 그렇지 국힘도 전당대회 때…"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이 국민의힘 '친윤' 공부모임 국민공감에 연사로 나서 다당제에 친화적인 선거제도 개혁을 주문했다.
유 전 의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공감 강연에서 정치 현실에 대해 "국회의원 수준은 14대 때보다 굉장히 향상됐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많이 들어고 전문성도 있다. 그렇게 훌륭한 사람 다 모셔다놓고 국회의원 임기 4년 지나면 다 몹쓸 사람이 된다. 비극이라고 본다"며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여기서(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통합시키고 할텐데 그렇게 불신을 받아가지고…. 그런 현상이 지난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들이 전부 0선이 되는 비극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유 전 의원은 양당제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인들의 타협을 가로막아 정치 불신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과거 다당제 경험에 대해 그는 "노태우 대통령 때 민정당이 120석 가량 여소야대였고 4당 체제였는데 노태우 정부 대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해서 국회에서 모든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타협을 다 했다"며 "국회가 5공 청문회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내니까 13대 국회 의원들이 전부 지역에서 스타 대접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도저히 (노태우 대통령이) 여소야대를 못 견디고 3당 합당을 해 압도적인 여당이 생긴 후부터는 다시 예산을 처리하려면 몸싸움이 벌어지고 그렇게 바뀌었다"며 "6공화국이 들어서고 이 제도(소선거구제 중심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벌써 35년이 됐는데 누가 되든 대통령도 다 불행해지고"라고 양당제의 결과를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런 불행한 현실을 바꾸려면 다당제로, 3 내지 4당 정도, 주요 정당이 100여 석 남짓하고 나머지 정당 30석 2개 정도(가 돼야 한다)"라며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다원화됐으니까 그럴 필요도 있지 않나"라고 제안했다. 이어 "이 당도 누구 찍어내려 하지 말고 소위 '개혁보수' 사람들이 그런 제도(다당제)로 바뀌면 한 당을 하고, 민주당도 '개딸'하고 '수박'하고 한 당을 하는 게 온당치 않다. 따로따로 가서 국민 심판 받아보는 게 (낫다)"며 "지금은 기호 1, 2번 아니면 생존이 안 되니 서로 기호 1번 주도권 잡으려고 난리 치고 1번 당에만 모이는데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정당해도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선거제 개혁의 방향에 대해 유 전 의원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으로 촉발된 선거제 개혁 논의 당시 홍사덕 전 한나라당 원내총무와 "(특정 도시 안에서) 2인 이하 선거구는 소선거구하고 3인 이상 뽑는 데는 중대선거구로 3~5인 선거구 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중대선거구제 확대를 언급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께서 연초에 선거제 화두는 먼저 내신 거니까"라며 "지금의 이 제도, 소선거구 이거 갖고는 꽃밭에 계신 분들은 좋을지 몰라도 같은 당에 험지에서 뛰는 분들을 감안해서 (선거제도를) 고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연 뒤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거구별로 3~5인을 뽑아도 여전히 양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유 전 의원은 "3, 4번당 당이 힘이 없으니 그런 거지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바뀌어서 3, 4번 당도 원내교섭단체 정도 됐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전 의원과 청중 간 정치 현안 관련 질의응답도 오갔다. '대선 패배 뒤 이재명 대표가 길을 비켜주지 않아 여야 관계가 악화됐다'는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당협위원장 질의에 유 전 의원은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형사피의자여도 이재명을 만났어야 한다. 그게 우선이라고 본다"며 "이재명은 (대통령 당선을) 놓쳤으면 대표 안 나가길 바랐는데 저렇게 선택을 하더라"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서고 나서 제일 잘못한 건 권성동 원내대표가 검찰개혁법 박병석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서 의원총회에서 추인까지 한 걸 뒤집었다. 저는 대통령실이 제일 잘못한 게 그거라고 본다"며 "어떻게 의원총회 추인까지 한 합의안을 도로 원복을 시키나. 그때 참 큰일났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로 정객으로서 민주당이 과거와 달라진 점 중 아쉬운 점 한 가지를 꼽아달라'는 양일국 한국외국어대 교수 질의에 유 전 의원은 "저는 이를테면 여당도 국무위원이 국회에 와서 국회를 폄하하는 듯한 모습이나 이러면은 같이 나무랐다"며 "요새는 그런 게 없어져 버렸다. 17대 때까지만 해도 그런 모습 많았다"고 국민의힘 이야기로 답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는 유 전 의원이 "민주당이 돈봉투 사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데 사실은 드러나서 그렇지 전당대회 때 (국민의힘도) 쓰셨을 거 아닌가"라고 하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극구 부인하는 일도 있었다. 김 대표의 반발에 유 전 의원은 "아이 저 선수끼리…. 안 쓰고 어떻게…. 안 들켜서 다행이긴 한데…"라며 "누구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선거 때 돈 못 쓰게 하려면 500배 보상하게 하면, '(선거 때 뇌물로) 10만 원 주면 (신고자에게) 5000만 원 생긴다' 그러면 10만 원 못 준다"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으로 일할 때 '선거 뇌물 500배 신고 보상금' 입법을 추진했지만 결국 '50배 보상금'으로 끝난 일을 꺼낸 뒤 "(신고 보상금을) 한 100배쯤으로 하는 걸 한 번 검토해보시라"고 당부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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