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집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광수 부동산 애널리스트(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2023. 5. 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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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부동산] 아파트 매입자 중 30대 비율 압도적으로 높아
일시적으로 가격 반등할 수 있지만 지속성은 의문

(시사저널=이광수 부동산 애널리스트(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물건값은 누가 결정할까. 경제학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 결정된다고 말한다.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흥정(?)을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조금 복잡해졌다. 미래 가격도 분명 수요자와 공급자가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다르게 미래 가격은 예상이 필요하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행동을 예상하고 그에 따라 미래 가격을 예측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이나 부동산 투자에서도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미래 가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미래 가격은 현재 가격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미래 가격은 하락할 수 있고, 지금 가격이 떨어져도 미래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아파트를 구매하는 30대가 늘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 끊고 반등한 까닭

그렇다면 미래 가격을 예측하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수요다. 수요를 먼저 예상해야 한다. 미래 수요를 예상하기 위한 출발은 현재 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다. 지금 누가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미래 가격을 전망할 수 있다. 2022년 5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아파트 가격이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누군가 집을 사면서 가격도 오르고 거래량이 증가했다.

과연 누가 샀을까. 2023년 전국 기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8926호로 거래량이 증가하기 전인 지난 1월과 비교해 118%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구분하면 30대가 141%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40대가 다음으로 129%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매입자를 연령대로 구분하면 차이가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2023년 3월 서울 아파트는 3234호가 거래돼 2023년 1월 대비 179% 증가했다. 연령대별 아파트 거래량 증가율은 30대 247%, 40대 177%, 50대 187%로 나타났다. 전국과 서울에서 30대의 아파트 매입 증가가 최근 거래량과 가격 회복의 주요 원인이었다.

부동산 시장 위축기에 30대가 아파트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특례보금자리론에 있다. 2023년 1월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낮은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한시적인 제도다. 당시 대출금리도 시중금리보다 낮아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특례보금자리론 연령별 신청 현황에 따른 3월말 기준 30대의 신청금액은 11조3000억원으로 전체(25조6000억원)의 44%에 달했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30대는 평균적으로 부동산 보유 비중이 적고 소득이 낮은 세대다. 30대는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에는 대출 여력이 크지 않다. 반면 주택 보유 비율이 낮기 때문에 집값 상승에 대한 고통이 가장 컷을 가능성이 높다.

집값 하락과 동시에 소득과 상관없는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30대는 적극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섰다. 최근 30대의 아파트 매수가 증가한 이유다. 30대의 아파트 매수 증가는 최근 거래 증가와 가격 회복의 원인이었다. 문제는 지속성 여부다. 우선 30대의 매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집값 하락과 함께 대출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다시 반등하고 있고 특례보금자리론 한도 등으로 인해 대출 증가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더 중요한 건 30대의 아파트 매수 성격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30대의 주택 매입은 투자보다 실거주가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갭투자 비율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재화 시장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가격이 상승하면 실사용 목적의 수요는 감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에서 30대 수요는 주택 가격이 반등하면서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거래량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요가 증가해야 하는가. 답을 먼저 말하자면 투자 수요다. 투자화돼 있는 시장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수요는 투자다.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 자산 가격은 상승하고 거래량은 증가한다. 반면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하락하고 거래량도 줄어들게 된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똑같은 적용이 가능하다. 수요 중에서 투자 수요가 시장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투자 수요가 실수요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가격에 대한 반응이다. 가격이 상승하면 실수요는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하면 실수요는 증가한다. 반면 투자 수요는 가격이 상승하면 오히려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줄어든다. 투자 수요는 가격에 따른 기대감으로 수요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실수요와 다르게 가격에 반응한다. 투자화돼 있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주택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는 투자하려는 사람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대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투자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서 투자 여력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 수요가 쉽게 증가하기 어려운 구조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급매물 물건 ⓒ연합뉴스

자산 가격 상승하려면 투자 수요 증가 필수

주택 가격 하락→투자 수요 감소→주택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와중에 가격 하락으로 실수요가 단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실수요가 증가하면 일시적으로 가격은 회복하고 거래량은 증가한다. 그러나 가격이 반등하면 실수요는 다시 감소하고 투자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한 다시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향후 대한민국 시장은 투자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전까지 이러한 시장 변화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수요는 언제 증가하게 될까. 과거 경험을 보면 투자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경우는 두 가지였다. 우선 매매가격이 떨어지는데 전세 가격은 하락하지 않을 때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함에도 전세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전세·매매 비율이 상승해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 온다. 다음으로는 매매가격보다 전세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를 때다. 마찬가지로 전세·매매 비율이 상승하는 경우다. 즉, 전세·매매 비율이 상승하면 투자 수요가 다시 증가해 시장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코로나19 기간처럼 예상치 못한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 수요가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장 상황이라면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수요 증감의 핵심 변동 원인은 전세·매매 비율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입주물량 증가로 전세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수요 증가를 기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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