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훑는 이재명…시점도 내용도 절묘한 이유
대구 홍준표 이어 양산 문재인 만남…정치적 메시지 주목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수의 심장이자 자신의 고향인 대구‧경북(TK)을 방문한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머무는 경남 양산까지 들르며 사실상 영남 전반을 훑을 예정이다. 1박2일 짧은 방문이지만, 타이밍과 예정된 일정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尹을 뽑은 곳에서 함께 1년 평가하고파"
이 대표는 9일 가장 먼저 경북 구미를 찾아 '찾아가는 국민보고회'를 가진다. 보고회를 여는 시기(9일)에도 장소(구미)에도 민주당과 이 대표의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자리에선 정확히 취임 1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보고회에 참석하는 한 민주당 인사는 시사저널에 "1년 전 윤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이곳 주민들과 함께 지난 1년 윤석열 정부를 허심탄회하게 평가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김기현 대표가 전당대회 출정식을 가졌을 만큼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로서도 각별한 지역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최근 구미를 비롯해 TK에서 '집토끼' 민심의 이탈을 경험한 바 있다. 지난 달 1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TK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50% 아래로 급락하는 흔치 않은 현상도 나타났다.(4월10~14일 유권자 2506명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잇단 설화와 홍준표 대구시장 상임고문 해촉 등 지도부 리스크의 영향으로 해석됐다.
따라서 이 대표의 이번 방문은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 두 달 만에 비상 상황을 맞은 지금, 다소 느슨해진 보수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과거에 TK는 민주당이 무엇을 해도 민심이 움직이지 않는 곳이란 인식이 있었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큰 선거에서 민주당에 꾸준히 30%까지 지지를 보내주신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 이어지는 만큼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보고회 자리엔 400여 명의 당원과 지지자가 함께해 지도부 등 참석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취재에 따르면, 당초 보고회는 지도부의 발언 이후 당원들의 간단한 질문을 받으려 했으나, 좀 더 허심탄회한 소통을 위해 2부 순서를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변경했다. 당원들이 미리 포스트잇에 당을 향한 메시지를 적고, 이를 지도부가 읽고 답하는 순서도 가질 것으로 전해진다.
참석자들은 '무너진 민생, 추락한 경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윤석열 정부의 1년을 비판하는 데 동참할 것으로도 확인된다. 민주당은 독도가 경북에 속해 있는 만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그리고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 등을 두루 제기하며 윤 대통령의 외교 문제까지 지적할 것으로 전해진다.
尹 못 만난 李, 홍준표‧문재인 만난다
이 대표와 회동을 갖는 인물들도 눈길을 끈다. 이튿날인 10일 이 대표는 대구로 이동해 민주당 대구시당 이전 개소식에 참석하고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가진다.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과 회동을 갖는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한 차례도 공식 회동을 갖지 못했다. 이 대표가 거듭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은 탓이다. 그 가운데 이뤄지는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 홍 시장과의 만남에 정치권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취재에 따르면, 이날 이 대표와 홍 시장은 되도록 중앙정치 현안보다 TK신공항 특별법 통과 후속 조치 등 지역 이슈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1년에 맞춘 만남인 데다 양당 모두 안팎의 악재에 휩싸여 있는 만큼, 두 '스피커'의 만남에서 유의미한 정치적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시장과 만남 후엔 경남 양산으로 이동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이날 만남은 이 대표가 새해 인사차 방문한 후 4개월 만이다. '평산책방'에서 이뤄질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선 당을 향해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조금 더 주목된다.
최근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친명계가 중심을 이루던 민주당의 무게추가 비명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돈 봉투 의혹'으로 촉발한 '대의원제 개편' 논의로 최근 당내 계파 간 시각차가 드러난 바 있고, '개딸'로 불리는 강성 팬덤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통합'의 메시지로 이 대표 리더십에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이 대표의 영남행을 두고 절묘한 타이밍에 외연 확장을 노린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그 방문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 그리고 민주당의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이 겹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보수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겹악재 속에서 민주당 전통 지지층의 이탈은 심상치 않다. 따라서 이 대표가 집토끼 단속에 먼저 몰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여기에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당장 영남 민심을 움직여 내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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