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불러주세요”···불펜 간 임기영의 도전, 100이닝[스경x인터뷰]
임기영(30·KIA)은 2017년 이후 늘 KIA의 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뛴 2017년, KIA의 강한 4선발로 통합우승에 결정적 힘을 보탠 뒤 항상 KIA 선발 한 자리는 결국 임기영에게로 향했다.
그 뒤 처음으로, 올해 임기영은 중간계투다. 양현종이 건재하고 2021년 신인왕 이의리가 등장하기까지 임기영은 비슷한 성적을 유지했지만 그 이상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이의리 전까지는 KIA의 젊은 투수 중 유일하게 규정이닝(2021년·153이닝)을 채웠을 정도로 가장 충실한 선발이었던 임기영은 올해 남은 선발 한 자리를 고졸신인 윤영철에게 넘겨주고 불펜으로 이동했다.
임기영은 롱릴리프다. 선발 경험이 많은 만큼 선발이 일찍 강판되는 비상시에 긴 이닝을 소화한다.
8일까지 임기영은 KIA가 치른 25경기 중 9경기에 나가 17이닝을 던졌다. 3이닝 이상 던진 것이 그 중 4경기다. 선발 아도니스 메디나가 3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간 2일 롯데전에서는 5회부터 8회까지 4이닝을 책임졌다.
롱릴리프지만 마무리 비상사태에도 출동한다. 4월30일 LG전에서는 12-8로 앞선 9회말 마무리 정해영이 무사 1·2루 위기를 만들자 임기영이 출동해 삼자범퇴로 마무리, 승리를 지키고 세이브를 거두기도 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임기영이 음지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보직은 나중에 다시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 불펜에서 임기영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임기영은 올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선발 경쟁에 전보다 큰 욕심을 냈다. 선발로 ‘경쟁’ 하기를 몇 년째, 아주 어린 후배들과 경쟁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간 더 차고 올라가지 못한 데 대해 승부욕을 냈다. 결국 선발 기회를 후배에게 내준 임기영은 불펜 이동을 새 기회로 여기고 다시 새로운 의욕을 보이고 있다. 꽤 오랫동안 선발로 뛰었지만 이제는 어느 보직에서도 몫을 하는 투수라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많이 던지는 것을 목표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임기영은 “최근에 (이)의리와 이야기하다가 이닝 수가 서로 10이닝밖에 차이 안 난다는 농담을 한 적도 있다”고 웃으며 “캐치볼도 줄이고 준비법을 조금 바꿨지만 자주 나가고 많이 던지는 데 대한 부담은 없다. 중간 투수로서 100이닝을 한 번 욕심 내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인 선발 투수 둘에게 300이닝을 주문한 KIA로서는 대단히 고마운 목표이기도 하다. 리그를 통틀어 순수하게 중간계투로만 나가 100이닝을 던진 투수는 2015년 권혁(당시 한화·112이닝)이 마지막이다.
더불어 선발로서도 9승까지만 가보고 10승 문턱을 넘지 못한 임기영은 “목표는 팀 성적이 지금보다 더 좋았으면 하는 것이다. 내가 좀 더 길게 잘 막으면 좋겠다”며 “개인 목표는 딱히 없는데 승이든, 홀드든, 세이브든 두자릿수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웃었다. 임기영은 8일 현재 1세이브 1홀드를 기록 중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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