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암 치료 포기하는 사람들과 최첨단 중입자 치료 도입
드디어 도입된 중입자 치료센터
지하 5층에서 지상 7층까지, 3천억 원을 들여 만들어진 중입자 치료센터가 세브란스병원에 자리 잡았다.
60대 전립선암 환자가 치료대에 눕자, 의료진은 환자의 암 위치를 컴퓨터로 조정한 뒤 버튼을 눌렀다. 지상 3층 높이의 가속기가 '윙윙' 소리를 내며 회전하자 가속기 안에 있던 탄소 중입자가 1초당 지구를 5바퀴 도는 빠르기(빛 속도의 70%)로 환자의 전립선암에 발사된다. 2분 만에 1회 치료가 끝났고, 환자는 어떤 느낌도 받지 않았다. 이렇게 3주 동안 11번을 더 받으면 전립선암 치료가 완료된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에 도달할 때까지 정상 조직도 함께 파괴하지만, 중입자는 암세포에 도달한 뒤 방사선을 내뿜어 암세포 주변만 때린다. 그래서 효과는 크고 부작용은 작다. 중입자 치료는 양성자 치료가 사용하는 수소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사용하면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치료 대상자가 아직 적어 축적된 결과는 부족하지만, 뛰어난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주변에 전이됐거나 혈액암 등은 치료가 안 되지만,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 폐암, 두경부암 등 많은 암에 효과가 뛰어나다. 일본 췌장암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2년 국소 제어율과 생존율 각각 83%, 53%, 일본 재방성 직장암 환자 186명으로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5년 국소 제어율과 생존율은 88%, 59%로 나타났는데, 기존 치료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이다.
특히 뼈에 생기는 악성 육종과 척수에 생기는 척색종은 기존 수술이나 방사선으로 치료가 어려웠는데 중입자의 성적은 괜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치료법이 없던 희소 암 환자에게 중입자는 유일한 치료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돈 때문에 치료 포기하는 간암
68세 김달석 씨는 2년 전 체한 증세로 병원을 찾았는데,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암의 크기가 12cm에 달했고 암세포가 하대 정맥을 넘어 심장까지 퍼져 있었다. 당시 진단했던 의사는 일곱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사실상 사형 선고를 내렸다. 그러나 환자는 2년 넘게 생존했고,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주치의는 간암 상태가 2년 전보다 80% 정도 호전됐다고 평가했고, 환자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며 즐겁게 사느라 아픈 줄 모른다고 했다. 말기 간암 환자의 회복은 10년 전만 해도 꿈꾸기 어려웠다. 의학의 발달로 수술, 항암제, 색전술, 표적치료제 등이 골고루 사용되면서 성적이 좋아진 것이다.
그런데 국내 간암 사망자는 오히려 계속 늘어 한 해 1만 명을 넘었고 암 사망자 2위로 올라왔다. 그 이유는 치료를 포기하는 간암 환자가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성모병원이 간암 환자 6,675명을 조사했더니 1,045명은 어떤 치료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포기한 사람 중 21%는 완치가 가능한 간암 초기였고, 대부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았다. 치료를 포기한 간암 환자의 절반은 석 달 이내에 숨졌다. 연구를 담당했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 내과 성필수 교수는 치료 포기 이유를 '생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치료 비용의 90%를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기 때문에 환자가 직접 내는 비용은 많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고가의 표적 치료제도 1차 치료제로 보험 적용됐습니다. 그런데도 간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바로 생업 때문입니다."
치료를 포기하는 간암 환자는 알코올성 간암 비중이 더 높았다. 알코올성 간암 환자는 바이러스성 간암 환자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다. 술 때문에 형편이 어려워진 것인지, 반대로 형편이 어려워 술을 찾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는 일용직이라 직장인과 달리 유급 휴가가 없다. 간암 치료받으러 병원에 다니는 자체가 생업을 중단하는 것이라서 병원을 가는 대신 돈을 벌러 간다는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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