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사각지대…공정위 "파양 후 환불불가 조항 불공정"

기사내용 요약
아이조아 서울점 '파양·입소각서' 자진시정
단순변심 시에도 계약해지 협의 가능토록
"판매업·위탁 규제 벗어나…근거조항 없어"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반려동물 파양 후 마음이 변해도 다시 데려갈 수 없다는 약관 조항이 불공정하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펫샵에서 파양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에는 동물과 파양비 반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이조아 서울점의 '파양·입소각서'를 심사해 파양동물의 입소 후 반환·환불 불가, 최고절차 없는 계약해제, 과도한 위약금 조항 등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파양된 반려동물을 맡아 관리해주는 '신종펫샵'의 파양·입소각서에 불공정성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해 달라는 심사청구서를 접수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 각서가 약관에 해당한다고 보고 심사에 착수했다.

김동명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심사 과정에서 아이조아 서울점은 계약해제 및 일체의 환불이 불가하다는 조항, 과다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조항 등 불공정약관을 스스로 시정했다"고 밝혔다.

신종펫샵의 경우 자신의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고객들이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이용하는 사업체다. 고객들은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펫샵에 이전하고 동물관리비와 중개수수료로 수십~수백만원을 지불한다.

김 과장은 "동물의 성질, 관리 용이성, 분양시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00만원이 넘어가고, 심사청구서 접수자의 경우 240만원을 지불했다"며 "동물보호법 상으로도 파양이라는 업태를 정확하게 규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며 "판매업에 해당하지 않고 위탁도 아니어서 규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불공정약관 시정은 소위 반려동물의 파양에 따른 일련의 서비스계약 관행이 정착하기 전 일부 사업자의 불공정약관조항을 시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부득이한 사정으로 반려동물을 파양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파양동물의 반환 및 파양비용 환불을 금지하는 조항 ▲파양 후 이전 소유자의 관여를 금지하는 조항 ▲할부금 이행지체 시 최고절차 없는 계약해제 조항 ▲잔금 납부 2주이상 지체 시 과도한 위약벌 조항 ▲승·패소와 상관없이 파양인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조항 등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고객은 사업자가 계약상 의무(채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계약 위반 시 계약을 해제해 파양동물을 반환받고 파양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불가능했다.

또한 사업자가 계약사항을 위반하더라도 비용 반환·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한 약관은 고객의 해제권 행사를 배제하고 사업자의 원상회복의무를 면제한 조항이다. 김 과장은 "고객이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고객의 관여를 전면 불가능하게 했다"며 "사업자가 채무 이행을 하는지 확인이 어려워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고객의 관여 불가 조항을 삭제하고 사업자가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시 고객이 파양동물과 파양비 반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시정했다.

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고객이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 경우에 사업자와 협의할 수 있게 해 고객의 개인사정을 고려하도록 했다.

또한 고객이 파양비 분할납부를 연체할 경우 계약이 즉시 해제돼 사업자의 의무가 중단되고 고객은 파양동물을 즉시 데려가야 했다. 이는 민법에 따른 해제 최고절차를 생략하는 부당한 조항으로 시정을 통해 미지급 파양비에 대해 14일 이내 납입할 것을 최고하도록 했다.

고객의 파양비 분할납부 지연 시 위약금으로 2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조항은 손해배상액으로 연 6% 이자를 규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소송의 승패와 무관하게 고객이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한 조항은 민사소송법 제98조에 따라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시정했다.

공정위는 이번에 적발된 불공정약관이 '아이조아'의 서울 가맹점 약관이지만 해당 가맹점의 가맹본부에서 작성한 약관인 만큼 가맹본부 및 소속 가맹사업자들에게도 불공정약관을 자율적으로 시정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김 과장은 "약관의 경우 자진시정이 통상의 절차이지만 지켜지지 않으면 시정권고, 시정명령, 고발까지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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