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은행권 혼란 후 신용경색 경고…"상업용 부동산도 우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모니터링·검사 강화…가계대출 부실 가능성은 낮게 봐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은행권 혼란이 불거진 가운데 신용 경색을 경고했다.
은행권 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지만, 가계 대출 부실 가능성은 작게 봤다.
시카고 연은 총재 "신용 경색 이미 시작"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붕괴 후 공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지역은행들의 잇단 파산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따른 불안이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들의 신용 공급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급격한 신용 위축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려 잠재적으로 경제 활동의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극적으로 침체하면 연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연준은 "비금융 기업의 이익 감소로 일부 기업의 재무적 스트레스와 채무불이행이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회사들은 부채가 많기 때문에 사업이 잘 안되면 더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발간의 일환으로 연준이 시장 전문가와 학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은행권 불안이 금융 안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이와 관련해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 경제 포털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신용 경색, 적어도 신용 긴축(credit squeeze)은 시작됐다"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은행권이 이미 지역 은행발 위기가 불거진 뒤 대출 기준을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연준의 대출 담당자 설문조사(SLOOS) 결과도 나왔다.
미국 대형은행 80곳과 미국 내 외국은행 24곳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46.1%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보다 1.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줄어든 위험 수용 경향, 담보 가치 악화,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및 유동성 상태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 등이 대출 기준 강화의 이유로 꼽혔다.
대출 담당자들은 이와 더불어 고객들의 예금 인출도 거론하며, 올해 말까지 모든 분야에 대한 대출 기준이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기업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직원을 더 고용하는 게 힘들어지고 개인 역시 대출을 받아 집이나 자동차를 사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워런 콘펠드 무디스 수석부회장은 CNN방송에 "대출 기준 강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경제 성장 속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준은 은행 자금 조달이 전반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금리 급상승·공실 증가, 상업용 부동산에 리스크"
연준의 보고서에는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연준은 지난해 초 사실상 '제로(0)'에서 최근 5% 이상으로 급격히 금리를 올렸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일부 은행의 파산과 혼란을 낳았다.
보고서는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부동산 회사들이 대출 만기가 도래할 때 재융자를 받지 못할 수 있는 리스크를 늘린다고 짚었다.
재택근무 증가에 따른 공실 증가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킨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상업용부동산 대출 실적에 대한 모니터링을 늘렸으며, 관련 대출 집중도가 큰 은행에 대한 검사 절차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연준에 따르면 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2는 자산 1천억 달러(약 132조5천억 원) 미만의 중소은행에 몰려있다.
다만, 연준의 연급은 전면적 경고 쪽보다는 '조용한 경계'(muted watchfulness) 차원에 가까웠다고 NYT는 분석했다.
가계 대출은 소득과 비교해 적당하게 이뤄졌다며 부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연준은 가계 대출의 대부분이 신용 점수가 높은 사람들에게 나갔다는 점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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