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난 1년 외교·안보 큰 변화…거야에 막혀 솔직히 어려웠다"(종합)
"과거 정부 반시장 정책이 전세사기 토양"…文정부 '정조준'
(서울=뉴스1) 최동현 나연준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실질적 확장억제(핵우산)를 담은 '워싱턴 선언'과 한일관계 정상화에 따른 '셔틀 외교 복원', 수십조원 규모의 해외 투자 유치 등 1년간의 외교·안보 성과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었다"고 토로하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실정을 꼬집고, 시스템 회복을 위해 분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외교·안보 큰 변화"…워싱턴 선언·대규모 투자 유치 부각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한일관계 정상화, 외교·안보 성과, 범죄와의 전쟁 등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총평했다. 이날 발언은 12분에 걸쳐 생중계됐으며,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 형식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간 최대 성과로 '외교·안보'를 꼽았다. 윤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며 한일관계 정상화와 한미동맹 강화, 1호 영업사원으로서 펼친 '세일즈 외교' 성과를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1일 만에 이루어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 재건됐다"며 "지난해 6월에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자유의 연대를 구축하고, 세계 안보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여러 나라들과 양자 회담을 갖고 원전, 반도체, 공급망 분야의 실질 협력을 강화하고 방산 수출 성과도 이뤄냈다"며 "이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은 세계 4대 수출국을 목표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40조원 규모의 양해각서(MOU) 26건을 체결하고 첫 성과로 지난 3월 9조3000억원 규모의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기공식을 가진 점,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에서 300억달러(39조7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유치한 점 등을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규모 오일머니의 국내 투자를 통해 우리의 유망 스타트업, 벤처,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우리 제품의 수출 확대와 해외 첨단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실질적 확장억제와 한미 간 고위급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을 담은 '워싱턴 선언'과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됐던 '한미연합훈련 재개' 등 안보 성과도 부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한의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의 안보도 탈바꿈했다"며 3축(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 방어체계 강화, 과거 수년간 중단됐던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예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재래식 군사력을 바탕으로 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핵 능력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됐다"며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 방위를 약속했고 대한민국은 미 핵 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 정부는 분쟁의 군사적 해결과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해 왔다"며 "특히 안보와 경제가 국제 협력하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국제규범의 존중과 준수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지난 1년간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존중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 함으로써 글로벌 질서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며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안보와 경제,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한일관계 정상화도 강조…"거야에 힘들었다" 토로도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에서 사실상 단절됐던 한일관계가 현 정부 들어 12년 만에 '정상 간 셔틀 외교'로 재가동하는 등 급속도로 정상화한 점도 성과로 꼽았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해 언급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을 위한 한국 시찰단 파견을 수용한 것에 대해 "불과 얼마 전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언급하며 "3월16일 저의 일본 방문으로 재개된 한일 셔틀 외교가 (복원되기까지) 12년 세월이 필요했지만, 양국 정상이 오가는 데에는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제동원 피해자와 관련한 기시다 총리의 '가슴 아프다' 발언을 상기하며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공식화한 뒤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내 정책과 입법 등 내치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와 다수당인 민주당의 독주를 정면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전세 사기, 주식과 가상자산에 관한 각종 금융 투자 사기가 집단적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특히 서민과 청년세대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고 절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며 "또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이러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를 치게 만들었다"고 전임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적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와 마찬가지로 범죄자의 선의에 기대는 감시 적발 시스템 무력화가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어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다"며 "그러나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리고 정상적인 복원까지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이들의 고통은 회복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땠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하셨다"며 "우리 정부는 출범 후 중요 마약범죄에 대한 법 집행력을 회복하고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등 마약 청정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개혁과제가 외교·안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던 속사정을 고백하는 동시에,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을 얻어야만 제도의 정상화와 개혁 추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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