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재산에 안 보이던 가상자산…미국은 종류까지 신고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십억 원대의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보유했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보유 주식을 처분해 마련한 9억8천만원가량의 자금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거래를 투명하게 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자금 출처와 이상 거래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직자 재산신고 제도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직자윤리법은 예금·부동산·주식·채권·보석류 등을 재산신고 대상으로 규정하지만, 현재 가상자산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김 의원이 가상자산에 투자했다는 10억원가량의 금액이 그의 재산내역에서 누락된 이유기도 합니다.
공직자 재산신고에 가상자산은 왜 포함 안됐나
그동안 국회에선 공직자의 가상자산을 신고 및 공개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하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20대 국회인 2018년 1월엔 정동영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같은해 1∼2월엔 기동민‧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의안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공직자가 보유한 ‘1천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재산 등록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입니다.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검토 과정에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2018년 8월에 나온 행정안전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고위직 공무원의 암호화폐 등의 보유 여부 등이 파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암호 화폐 관련 정책의 수립·시행 과정에서 정책 신뢰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며 “암호화폐 등으로 재산 은닉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입법 타당성이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같은 보고서에선 당시 기준으론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체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점 △주식 등 다른 금융자산과 동일하게 취급할 경우 비정상적 투기 확대 야기 우려 △재산등록 의무자 협조 없이 증감 여부 파악이 어렵다는 점 또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당시만 해도 가상자산을 법의 테두리에서 자산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습니다. 가상자산은 2020년 3월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법률상으로 정의됐습니다.
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습니다.
미국은 가상자산 종류·거래소도 신고
미국에선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공직자는 일정 기준 이상의 가상자산을 신고합니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낸 ‘가상자산과 관련한 공직 부패의 우려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공직자는 1천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재산등록 기간 동안 가상자산을 통해 200달러 이상의 소득을 얻은 경우 신고를 해야 합니다.
단순히 보유한 가상자산 금액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의 종류, 가상자산을 보유한 거래소까지도 함께 신고해야 합니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에서 거래소까지 신고하는 이유에 대해 “거래소 안정성이 디지털 자산(가상자산)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등 밀접한 관련이 있어, 거래소를 밝혀 이해충돌 상황의 검토를 위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합니다.
김 의원 논란 뒤, 시민단체들은 재산신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경제정의실천연대는 8일 성명을 내어 “가상자산의 경우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정치인들의 불법 재산 증식과 은닉에 활용될 가능성이 더 크므로, 이에 대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직자가 보유한 가상자산 전수조사와 재산등록 관련 법안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이미 (가상자산) 투자가 대중화되었음에도 가상자산은 (공직자의) 재산등록·공개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있었다. 국회는 시급히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 상당수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0~21년엔 민형배·신영대·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지난해 3월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다만, 이들 법안 대부분은 아직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사각지대에 숨겨졌던 공직자의 가상자산, 언제쯤 국민이 확인할 수 있을까요?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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