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고율 전년비 43%·기계 31% 급증… 수출제품 쌓아둘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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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재고율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최고치를 찍은 것은 제조업 경기 부진과 경기 하강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세계 경기둔화 영향으로 한국은 제조업의 침체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며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자동차를 제외한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주력산업의 출하가 감소한 상태이고,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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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재고율 IMF뒤 최고
경기둔화에 출하 감소 영향
대기업이 중기보다 더 높아
수출 주력산업 위기감 커져
“정부, 세금 등 비용 줄여줘야”
제조업 재고율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최고치를 찍은 것은 제조업 경기 부진과 경기 하강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한국 산업을 주도해온 반도체, 기계 등의 분야가 급격한 불황에 빠지며 대기업 체력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조업 재고율은 122.5%로 지난 1998년 3월(128.2%) 이후 24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117.8%(잠정치)로 재고율이 소폭 내려갔지만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1985년 해당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2010년대까지 70∼90%대를 오르내리던 제조업 재고율은 코로나19 발생 후인 2020년 100%대를 웃돌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올해는 120%대까지 돌파했다.
최근 제조업 재고가 급증한 것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 분야가 극심한 부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기준 반도체 재고는 전년 동기보다 43.4% 증가했다. 기계장비도 재고가 31.0% 늘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세계 경기둔화 영향으로 한국은 제조업의 침체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며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자동차를 제외한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주력산업의 출하가 감소한 상태이고,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산업이 흔들리며 대기업 체력에도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기업 규모별 제조업 재고지수를 보면 지난 3월 대기업은 121.1로 중소기업(105.6)보다 높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제조업 업황 BSI(70)는 전산업 업황 BSI(72)보다 낮았고, 대기업 BSI(68)는 중소기업 BSI(73)를 밑돌았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공급망 재편 등 대외 악재가 핵심으로 작용하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의 자구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의 재고가 쌓인다는 건 이미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라며 “이럴 땐 기업의 생존 능력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 정부는 세금 등의 부문에서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 같은 경우 업황이 세계 경기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지금의 재고 증가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기업들이 기술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홍·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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