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공동참배·오염수…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한일간 벌어져”
“양국 새로운 미래 열어갈 것”
19일 히로시마 G7정상회의에
“한미일 안보 공조로 평화구축”
16일 6년만의 민방위훈련 언급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서로 교류·협력하면서 신뢰를 쌓아간다면 한·일 관계가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사실상의 대국민 담화 성격을 띤 이번 발언은 TV로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7∼8일 방한을 언급하며 “3월 16일 저의 일본 방문으로 재개된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기까지 12년의 세월이 필요했지만 양국 정상이 오가는 데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가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데 대하여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로 꼽히는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현장 시찰단 파견, 양국 정상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에 대해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관련해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를 약속했고 대한민국은 미 핵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19∼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전하고 “워싱턴선언으로 한·미 간에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은 “서민과 청년에 대한 사기 행각은 전형적인 약자 대상 범죄”라며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따른 집값 급등 불안심리로 갭투자에 나선 청년층이 전세사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 윤 대통령은 문 정부 시절 이뤄진 증권합수단 해체를 거론하면서 금융시장에서 반칙 행위 감시 체계의 무력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문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상황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적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와 마찬가지로, 범죄자의 선의에 기대는 감시 적발 시스템 무력화가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다”라며 “그러나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날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다”며 지난 1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오는 16일 6년 만에 실시되는 민방위 훈련 소식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가짜 평화에 기댄 안보관으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지 않았다”며 “국민 스스로를 지키는 민방위 훈련을 제대로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실제상황에서 국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 6년간의 (훈련) 미실시를 감안해 먼저 공공기관부터 훈련을 시작하고, 다음 단계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훈련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도 효과적인 훈련을 위한 세심한 대처를 주문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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