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하고 옹졸했다"...하승진은 어쩌다 공개 사과를 하게 됐나('피의 게임2')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5. 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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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새끼네 이거?"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2> 에서 하승진과 덱스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불이 꺼진 저택에서 거구의 하승진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덱스를 무력으로 공격했고, 덱스 역시 만만찮게 대항했다.

결국 저택팀의 수문장이나 다름없는 하승진과 정글팀의 덱스가 벌이게 된 몸싸움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피의 게임2> 는 시즌1이 그랬던 것처럼 게임의 요소에 정글과 저택이라는 환경적 차이를 부여함으로써 색다른 묘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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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과 저택, ‘피의 게임2’가 게임에 담은 현실 은유
뱀 새끼네 이거? 하승진과 덱스의 살벌한 대치에 담긴 것(‘피의 게임2’)

[엔터미디어=정덕현] "뱀 새끼네 이거?"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2>에서 하승진과 덱스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불이 꺼진 저택에서 거구의 하승진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덱스를 무력으로 공격했고, 덱스 역시 만만찮게 대항했다. 이들은 어쩌다 이 게임 속에서 감정까지 폭발시키며 맨 몸으로 부딪치게 된 걸까.

이른바 '습격의 날', 정글팀에게 주어진 미션은 저택 안에 숨겨진 세 개의 피라미드를 깨는 것이었다. 그걸 완수하면 정글팀과 저택을 접수할 수 있고, 저택팀은 정글로 가야 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 '습격의 날'에는 하나의 예민한 룰 조항이 들어 있었다. 그건 '무력을 사용해도 된다'는 것. 결국 저택팀의 수문장이나 다름없는 하승진과 정글팀의 덱스가 벌이게 된 몸싸움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하승진이 이토록 분노하게 된 건, 몇 가지 오해가 뒤섞여 있어서였다. 하승진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덱스가 신나서 휘파람을 불었다고 생각해 분노했다"고 했다. 마치 비아냥거린 것으로 오해했다는 것. 하승진은 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당시 승부는 '정당'했고 방송에는 나오지 않지만 끝나고 나서는 덱스를 불러 "내가 선을 넘은 것 같다. 실수한 것 같다"고 사과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추하고 옹졸했다"며 시청자들에게도 사과했다.

하지만 이들의 감정이 이토록 격해진 건 단지 오해만이 아니라 정글과 저택으로 나뉜 환경이 만들어낸 요인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의 게임>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이 게임이 출연자들을 더 절박하게 만들고 심지어 감정싸움으로까지 가게 만든 건 공간을 나누고 여기에 차별적인 상황을 부여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즌1의 열악한 지하층과 호화로운 지상층이 그것이고, 시즌2의 살풍경한 정글과 럭셔리한 저택이 그것이다.

처음부터 정글팀이 되어 그 살풍경한 공간에서 생존해야 했던 이들은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 저택으로 들어가고픈 욕망이 커졌다. 홍진호처럼 모든 게임에 냉정할 것 같은 인물도 정글에서 생활하면서 저택에 지내는 이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때론 분노의 감정이 치밀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러니 '습격의 날'에 이들은 거짓말을 하건, 무력을 쓰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션을 완수해 저택으로 들어가고픈 욕망이 클 수밖에 없었을 터다.

흥미로운 건 이 힘겨운 생존 상황에 놓인 정글팀은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똘똘 뭉치는 유대감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함께 밥을 해먹고, 함께 게임을 통해 얻은 게임머니로 텐트부터 모포까지 하나하나 구입해 열악한 환경을 버텨내려 했다. 반면 저택팀은 정글팀에 비교해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지냈다. 하지만 이들은 그곳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 때론 남녀로 나뉘어 때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대결하고 갈등하고 의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습격의 날' 저택팀이 미션에서 지고 하승진을 비롯해 저택팀 사람들이 모두 멘붕에 빠진 건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했던 것들이 미션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적지 않았다.

<피의 게임2>는 시즌1이 그랬던 것처럼 게임의 요소에 정글과 저택이라는 환경적 차이를 부여함으로써 색다른 묘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이건 정글의 혹독한 환경에서 오히려 더 끈끈하게 유대감을 가지며 살아가는 원주민들과 도시의 화려한 환경에서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도시인들을 은유하는 것만 같다. 혹독하지만 그래서 협력하게 만드는 자연과 편안하지만 더더욱 경쟁하게 만드는 문명. <피의 게임2>가 단순한 게임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는 은유가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웨이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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