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家 4세·선박경매 전문가 영입… 이사진으로 본 ‘한화오션’의 미래
한화그룹 품에 안기며 ‘한화오션’으로 이름을 바꿀 대우조선해양의 신규 이사진 후보 9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조선 분야 전문가는 사외이사인 이신형 서울대 교수(현 대한조선학회장) 한 명에 그쳤지만, 에너지 분야 전문가, 선박 경매 등 국제 거래 분야 전문가, 미국 정치 명문가 4세 등이 골고루 포진했다.
한화오션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에너지 관련 기술을 발판으로 조선과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의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운 네 명중 권혁웅 한화 부회장, 김종서 전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는 화학공학과 출신의 에너지 전문가다.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는 ㈜대우 회장 비서실에서 출발한 글로벌 전문가로 꼽힌다. 나머지 1명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다.
한화오션의 미래는 사외이사 후보들에게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미국 유력 정치인 가문인 부시가의 4세이자 공화당 소속 현역 정치인인 조지 프레스콧 부시(George Prescott Bush, 이하 ‘P. 부시’) 변호사다. 그의 할아버지는 제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H. W. 부시이고, 큰아버지는 제43대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이다. 아버지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다.
한화가는 김승연 회장이 한미교류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 부시 집안과 가깝다. 지난 2020년에는 한화솔루션이 P. 부시의 부인이자 텍사스 기반 변호사인 어맨다 부시(Amanda Bush)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어맨다 부시는 2022년 한화솔루션 사외이사로 재선임돼 이사회에 100% 참석했다.
P. 부시는 에너지 사업 분야의 전문가다. 2015~2022년 텍사스주 고위 선출직인 토지 집행관(The Texas General Land Office Commissioner)을 역임했는데, 이 자리는 가스·석유 등 텍사스주의 천연자원 및 해안선 관리 등을 담당한다.
텍사스주가 위치한 멕시코만은 미국 내 에너지 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행 파이프라인이 막히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수출 터미널 화재로 전 세계 천연가스 공급망에 충격을 준 ‘프리포트’, 카타르가 투자한 ‘골든패스’ 등이 텍사스에 위치해 있다. 텍사스주 경계에 인접한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 프로젝트는 한국가스공사가 투자한 곳으로, 한국형 LNG 화물창 기술이 적용된 선박들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곳이다.
텍사스주 토지 집행관은 주 정부를 구성하는 핵심 요직으로 차기 주지사로 가는 길목으로도 평가받는다. 증조부인 프레스콧 부시 상원의원의 이름을 중간 이름으로 이어받은 P. 부시는 공화당 안팎에서 한 때 ‘47′이란 별명으로 불린 것으로 알려진다. 47대 미국 대통령이란 의미다. 백부인 조지부시가 딸만 둘을 뒀기 때문이다.
P. 부시는 지난해 벌어진 텍사스주 법무장관 선거에 도전했다가 현직에 밀려 낙선했지만, 여전히 공화당 안팎에서는 강한 잠재력을 갖춘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 출신 어머니를 둬 스페인어에도 능통한 그는 증가세인 히스패닉 유권자에게도 소구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방위산업 성장을 위한 장기적 투자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P. 부시는 미 해군 예비군으로 10년간 적을 두고 있었고, 정보 장교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경험도 갖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조지 H. W. 부시)의 이름은 미국의 마지막 니미츠급 항공모함(10번함)의 이름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판사 출신의 현낙희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선박경매 등 국제거래 전문가라는 이력을 갖추고 있다. 2019~2022년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는 수차례 작업반 회의를 통해 ‘선박의 경매에 관한 협약’ 초안을 만들었는데, 현 교수는 한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 협약은 경매로 선박을 매수한 사람들에게 법적 보호를 제공하고 선박 소유자 및 채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현 교수는 선박 거래 규제에 능통한 최고 전문가인 셈이다.
현 교수의 이력은 한화오션이 선박 경매에 나서 선대를 확보하고 이를 통한 선박대여(용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낳고 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해운업과 선박대여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선박대여업 겸업은 조선업 침체기에 리스크(위험 요인)를 분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 받는다. 선박대여업자 입장에서는 싼 값으로 새 배를 확보할 수 있고, 조선소 입장에서는 조선소를 쉬지 않고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LNG해운, HMM, 폴라리스쉬핑 등 해운사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이들 거래의 원매자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선 분야의 전문성은 아이오와대 기계공학 박사 출신의 이신형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대한조선학회도 이끌고 있다. 김봉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회계 전문가이며, 김재익 전 KDB인프라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산업은행 측 지명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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