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 바꾼게 독?… 타격왕의 헛스윙

정세영 기자 2023. 5. 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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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키움)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타격 5관왕에 올라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이정후는 지난 8일까지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에서 타율 0.221(113타수 25안타)에 3홈런, 14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이정후를 상대한 A 코치는 "결국 타격 메커니즘 문제다. 비시즌 동안 타격폼을 바꾼 것이 독이 됐다. 장점이 많은 폼이었는데, 너무 쉽게 포기한 것 같다. 이정후를 한단지보(邯鄲之步)로 표현해도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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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 시즌 초반 ‘최악부진’
타율 0.221 3홈런 14타점 그쳐
28경기서 안타 30개 미만 처음
스트라이크 헛스윙 비율 6.3%
메이저리그 진출前 강속구 대비
팔 높이 낮추고 보폭 좁혀 타격
장점 많았던 원래 폼과 혼란 커

이정후(키움)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타격 5관왕에 올라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이정후는 지난 8일까지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에서 타율 0.221(113타수 25안타)에 3홈런, 14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정후가 2017년 프로 데뷔 후 첫 28경기에서 30개 미만의 안타를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멀티 히트(2안타 이상)는 3경기뿐이었고, 무안타로 돌아선 경기는 무려 9경기였다.

이정후의 올해 세부 타격 지표를 보면,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삼진이다. 이정후는 지난해 142경기에서 단 32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올핸 벌써 11개에 이른다. “던질 곳이 없다”라는 평가를 듣는 선수였지만, 올핸 방망이가 자주 헛돈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에 대한 헛스윙 비율은 지난해 4.9%에서 올해 6.3%로 상승했다.

이정후가 부진하면서 키움 또한 성적이 좋지 않다. 13승 17패, 8위로 처져 있다. 이정후는 타선의 핵이기에 살아나지 않으면, 키움의 침체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이정후의 부진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지난겨울 타격폼을 바꾼 것이 독이 됐다고 지적한다. 올 시즌 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는 타격폼을 간결하게 바꿨다. 보폭(스탠스)을 조금 좁히고 (배트를 잡은) 팔의 높이를 낮췄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KBO리그의 평균 구속은 142㎞지만, 메이저리그는 평균 150㎞에 육박한다. 특히 메이저리그에는 KBO리그에서 거의 볼 수 없는 160㎞ 강속구 투수도 적지 않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일본의 강속구 투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바뀐 타격폼에 적응한 것 같았다. 시범경기에서도 10경기 타율 0.364에, 2홈런으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정후를 상대한 A 코치는 “결국 타격 메커니즘 문제다. 비시즌 동안 타격폼을 바꾼 것이 독이 됐다. 장점이 많은 폼이었는데, 너무 쉽게 포기한 것 같다. 이정후를 한단지보(邯鄲之步)로 표현해도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단지보는 전국시대 조(趙)나라 수도 한단의 걸음걸이라는 뜻으로, 남의 것을 따라 하다가 자신의 것마저 잃어버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여기에 조급함, 기대감이 이정후의 걸림돌로도 지적된다. 안치용 문화일보 해설위원도 “바뀐 타격폼이 오히려 타석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것 같다”면서 “올 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면서 이정후가 책임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물론 곧 이정후가 제 모습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실 올해 이정후에게 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인플레이 타율(BABIP)이 0.222로 지난해 같은 기간 0.339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BABIP는 타구가 필드 안이었을 때 안타로 연결되는 확률을 뜻하며, 이 지표가 높으면 운이 따라준 것이다. 이정후의 경우, 수비 시프트에 자주 걸린다. 상대 팀은 당겨치기에 능한 좌타자 이정후를 대비해 홈플레이트 기준 우측에 많은 수비수를 둔다. 그래서 배트 중심에 맞은 안타성 타구도 상대 수비에 자주 걸린다.

이정후는 최근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기습 번트를 시도하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이정후 걱정’이라고 하더라. 결과가 좋지 않을 뿐, 각종 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인플레이 타구가 좀 더 안타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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