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세계 곳곳 ‘우군’ 확보...K반도체 선수 뺏기나

2023. 5. 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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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中·싱가포르 외 인도 공장 건설 검토
생산 거점 급속 확장세 글로벌경쟁 우위확보
한국 반도체 ‘나홀로 경쟁’에 내몰릴 우려

최근 미국 반도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한 대만 기업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주요 기업들과 손잡고, 생산 거점을 급속도로 확장하며 한국 반도체 업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공장 건설과 관련해 초과이익 공유, 중국 내 공장의 생산량 확장 제한 등 까다로운 보조금 요건을 제시한 가운데, 해외 진출 시장에서 대만의 견제까지 확대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 주요 파트너를 선점할수록 국내 기업들은 후발 주자가 될 수밖에 없어 결국 반도체 시장에서 ‘나홀로 경쟁’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와 직접 차량용 반도체 조달과 관련해 협력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반도체를 1차 거래처 등 부품 업체를 통해 조달했으나, 이번에는 혼다가 전면에 나서 반도체에 대한 공동 개발과 조달을 직접 진행한다는 것이다. 혼다 관계자는 “자동차 메이커와 반도체 메이커가 직접 협상을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생산 타격을 겪고 난 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의 필요성을 깨닫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TSMC의 이같은 협력은 최근 일본 내 공장 건설과 맞물려 주목된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도 차량용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생산을 위한 12·16·22·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기반의 파운드리 공장을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일본 신공장은 TSMC, 소니, 덴소의 합작법인 JASM이 운영하며,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TSMC는 독일로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최대 100억유로(약 14조6600억원)을 투자해 독일 작센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파트너사와 논의 중이다. TSMC가 NXP, 보쉬, 인피니언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은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이미 최소 70억유로(약 10조2600억원)를 투자 재원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공장 투자가 성사된다면 TSMC의 첫 유럽 공장이 된다. 28나노급 차량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도 지난달 “차량용 반도체 공장 건설과 관련해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공장 진출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TSMC는 애리조나 1기 공장에서 4나노 반도체 칩을 생산하고, 2기 공장에서 3나노 반도체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두 팹의 총 투자액은 400억달러(약 52조7000억원)에 이른다.

중국과 싱가포르에도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TSMC는 인도 등에 대한 추가 공장 건설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는 TSMC만 있는 게 아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3위인 UMC도 있다. 이 기업 역시 해외 진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에서 해외 생산 공장 거점을 구축하고 있는 UMC는 지난 3월 차량용 반도체 시장 1위인 독일 인피니언이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인피니온은 생산하는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의 생산능력을 증대하기 위해 UMC와 손을 잡았다. MCU는 전자제품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수급난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부품이다.

대만 기업들이 해외에 이렇게 공장을 짓는 이유는 해외 주요 시장의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지역 공장을 짓게 되면 그 지역 고객사가 해당 파운드리 공장을 찾아올 수밖에 없다”며 “대만 기업들이 밖으로 빠르게 발을 뻗는 것은 그만큼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 시장 접점을 늘려나가는 속도에 비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확장세는 다소 뒤처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는 모두 중국에 메모리 공장을 보유하고,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으나 이외 지역으로의 확장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 최근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수백조원을 들여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생산 등 시설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고객사 확보를 위한 신규 국외 시장 진출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칩4’ 동맹 내 한국의 입지가 축소될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을 제외한 대만, 미국, 일본의 칩 생산 협력 구도만 점차 강화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 반도체 공장 건설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상수지를 높이는 차원이기도 하고, 반도체 주요 협력국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선 관련 투자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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