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노조 "우린 '장기판 말' 아니다"… 경영진 각성 촉구

최승영 기자 2023. 5. 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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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신고센터 운영 예산·계획도 없어
"졸속 조직개편 모든 책임 경영진에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재단) 노동조합이 ‘가짜뉴스 피해 상담·신고센터’(센터) 졸속 운영과 구성원 보호조치에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3월 신임 본부장들 취임 후 일방적인 인사와 조직개편 등 ‘불통’ 기조 전반을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는 9일 성명에서 “센터장과 구성원을 비롯한 유관부서 담당자들에게 가혹한 짐을 떠넘기지 말고, 재단 내 ‘가짜뉴스 신고센터’ 설치를 받아들인 임원진이 앞장서라”고 밝혔다. 센터의 구체적인 운영계획과 추가인력 확보방안을 직접 제시하고, 구성원 보호조치 등에 나서며 경영진이 책임을 지라는 요구다. 지난 3일 전사 설명회에서 센터 운영예산 확보는커녕 사업계획안도 없는 상황이 드러났다. 센터 운영방식에 대해 재단은 “신고를 어떻게 받는지와 매뉴얼 등은 인사 이후 배치되는 인력이 준비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노동조합은 9일 성명을 통해 재단 임원진의 일방적인 인사, 조직개편, 의사결정 등 '불통' 기조 전반을 비판하고 '가짜뉴스 신고센터' 운영 개선을 요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3층에 노조 대자보가 붙은 모습.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잇따라 ‘가짜뉴스 폐해’를 언급한 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0일 재단 내 신고센터 설치 등을 대책으로 내놨고, 재단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3층에 센터를 개소했다. 언론진흥 사업을 하는 공공기관이 이 업무를 맡으며 기관 성격에 맞지 않고, 언론 길들이기 수단이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가짜뉴스’ 개념 자체가 모호한 만큼 재단은 향후 언론탄압 논란 중심에 오는 일을 겪을 수 있다. 사업계획안, 예산 부재는 고스란히 재단 구성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문제고, 특히 운영을 “배치되는 인력”에 맡길 때 자칫 논란이 실무담당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이 되기 쉽다. (관련기사: <언론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센터' 구축하겠다니>)

이 같은 센터 설치를 포함해 지난 3월 신임 경영·미디어·정부광고본부장이 동시 취임한 후 일방적으로 단행된 인사, 조직개편, 주요사안 의사결정 전반에 대해 노조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인사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4월1일자 전보 인사,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던 5월4일 조직개편 공지 등 “소통의 필요성과 가치조차 경시”하는 행보에 대한 지적이다. 노조는 “‘가짜뉴스 신고센터’ 설치라는, 조직의 위상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근로환경과 직결되는 중대변화를 문체부 보도자료와 그에 따른 언론보도로 알아야만 하는가”라며 “향후 재단의 주요 관련 사항이 외부 기관의 발표를 통해 먼저 알려지는 일이 없도록 조직개편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극 소통하고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3층에서 ‘가짜뉴스 피해 상담·신고센터’ 개소식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왼쪽부터) 남정호 언론재단 미디어본부장,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 이상기 언론재단 '가짜뉴스 피해 상담·신고센터' 센터장.

이하 성명 전문.

경영진은 재단의 핵심가치를 몸소 실천하라!

<신뢰, 혁신, 소통, 존중>은 어디로 갔는가?

조직개편, 누가 책임지나?

우리 재단은 지난 3월 14일 경영·미디어·정부광고본부장 동시 취임 이후 전례 없는 격변을 겪고 있다. 취임 불과 2주 만인 3월 31일, 사측은 기습적으로 4월 1일자 전보 인사 발령을 공지하였다. 조합에서 단체협약 ‘인사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재발 방지를 요청하자, 사측에서는 간부직은 해당 원칙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과 함께 인사의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신임 본부장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일할 간부들을 선입견 없이 발굴・선임하는 한편, 젊고 혁신적인 인재를 발탁하여 조직 내에 쇄신의 바람을 일으킬 필요”

“새로운 실・국・센터장의 조기 임명을 통해 신임 본부장들과 함께 기타 공공기관으로 유형이 변경된 데 따른 사항과 공공혁신 이행, 조직개편 등 재단이 당면한 현안의 안정적 해결을 위해 불가피”

그리고 이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안팎의 무수한 우려 속에 재단은 <가짜뉴스 피해 상담・신고센터>(이하 <가짜뉴스 신고센터>) 설치를 포함한 조직개편과 인사를 앞두고 있다.

경영진에게 묻겠다.

만우절 장난이길 바랐을 만큼 충격적이었던 4월 1일자 인사 이후 ‘조직 내 쇄신의 바람을 일으키며’, ‘재단이 당면한 현안의 안정적 해결을 위해’ 노력한 첫 번째 결과가 이것인가?

<가짜뉴스 신고센터> 설치라는, 조직의 위상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근로환경과 직결되는 중대 변화를 문체부 보도자료와 그에 따른 언론보도로 알아야만 하는가?

노동조합의 요구로 긴급 개최한 4월 24일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경영진은 ‘팀원 인사는 기존대로 7월 1일에 할 것’, ‘인사 전에 평가한다는 것이 노사 합의사항인가, 이런 식의 인사라면 AI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나’, ‘가짜뉴스 유형화 등(보도자료 내용)에 대해서는 문체부와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음’, ‘<가짜뉴스 신고센터>가 신규 업무는 아님’, ‘해당 업무가 감정노동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음’ 등 황당하고 혼란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노사협의회에 이어 노동조합의 요구로 개최한 5월 3일 전사 설명회는 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었다. 문체부에서 카드뉴스로까지 홍보하고 있는 <가짜뉴스 신고센터>가 운영 예산 확보는 커녕 기초적인 사업계획안도 없는 상황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측은 설명회에서 <가짜뉴스 신고센터> 운영 방식을 묻는 질문에 “신고를 어떻게 받는지와 매뉴얼 등은 인사 이후 센터에 배치되는 인력들이 준비할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당혹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이후 5월 4일 공지한 조직개편의 취지와 방향은 또 어떠한가. ‘언론계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며 디지털혁신지원국을 신설했지만, 그에 따른 인력 운용 계획과 비전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실질적 연구・분석 기능 강화’를 하겠다면서 산업분석팀은 파트로 축소했다. ‘개인 실적 중심 연구보고서 발간에서 벗어나’, ‘단순한 산업‧수용자‧언론인 등에 대한 조사를 넘어’와 같이 그간 재단이 쌓아온 성과와 직원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올해 1월 정보기술팀으로 재배치됐던 정부광고통합지원시스템(GOAD) 관리 기능은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4개월여만에 되돌아간다. 이렇게 조직도를 헤집어 놓는 과정에 조합원 의견 수렴 과정은 있었는가? 소통의 필요성과 가치조차 경시하는 것인가?

신뢰, 혁신, 소통, 존중!

경영진이 재단의 미션과 비전 실현을 위해 앞장서 실천해야 하는 4대 핵심가치이다. 경영진은 이를 체득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였는가? 정녕 핵심가치의 존재조차 모르는 것은 아닌가? ‘불통’과 ‘경시’로 요약할 수 있는 취임 후 일련의 모습은 구성원들의 불신과 불안만을 키울 뿐이다.

노동조합은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그동안 재단 주요 실무를 담당하고 이끌어 온 직원들을 존중하라. 향후 재단의 주요 관련 사항이 외부 기관의 발표를 통해 먼저 알려지는 일이 없도록 조직개편 등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적극 소통하고 협의하라. 우리는 장기판의 말이 아니다!

둘째, <가짜뉴스 신고센터>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과 신규 업무 발생에 따른 추가 인력 확보 방안을 직접 제시하라. 구성원들에게 부당하거나 무리한 업무 지시를 하지 않을 것과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 이행을 약속하라. 센터장과 구성원을 비롯한 유관부서 담당자들에게 가혹한 짐을 떠넘기지 말고, 재단 내 <가짜뉴스 신고센터> 설치를 받아들인 임원진이 앞장서라. 낯선 가시밭길을 나침반과 지도도 없이 맨발로 걸어가야 하는 직원들의 막막함은 지나친 기우가 아니다!

명확한 방향성 없이 속도만 내는 ‘혁신’, ‘쇄신’ 속에 ‘신뢰’, ‘소통’, ‘존중’은 사라졌다. 이로 인한 졸속 조직개편의 모든 책임은 경영진이 져야 할 것이다.

2023년 5월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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