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스타’ 아브제예바·‘꽃미남’ 조슈아 벨 한국 온다
‘쇼팽 스타’ 피아니스트와 ‘꽃미남’ 바이올리니스트가 한국에 온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는 12일 율리아나 아브제예바(38)가 8년 만의 내한 독주회를 열고, 18~19일 조슈아 벨(56)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다. 화려한 명성만큼 세계 정상급 연주 실력을 갖춘 명인들이다.
아브제예바 “내가 턱시도 입고 연주하는 이유는…”
아브제예바는 2010년 제16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후 45년 만에 탄생한 여성 우승자였다. 당시 결선 도중 무대조명이 꺼지는 사고가 벌어졌지만 암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연주를 이어간 일화는 유명하다.
아브제예바는 e메일 인터뷰에서 “쇼팽 콩쿠르 무대에 올랐을 때 오직 쇼팽 음악에만 집중했고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제가 공연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관객에게 전달할 음악적 메시지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선 정신적으로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고, 연주할 때는 외부 요인들을 전부 배제하도록 노력해야 해요. 이런 마음가짐은 쇼팽 콩쿠르 당시에도 큰 힘이 됐어요.”
이번 독주회에서 연주할 곡은 전부 쇼팽으로 구성했다. 전반부에선 폴로네즈·뱃노래·전주곡·스케르초를, 후반부에선 마주르카와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들려준다. “제가 ‘올 쇼팽’ 프로그램으로 관객 앞에 서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죠. 쇼팽 음악의 비전을 제시하고, 제가 요즘 느끼는 쇼팽은 어떤지 한국 관객과 공유하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어요.”
여성 연주자는 대부분 드레스를 입지만 아브제예바는 턱시도를 입는다. 그는 “시각적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는 것이 음악 본연에 더 충실하도록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뒤로는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복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의 연주인 만큼 분위기에 맞는 복장이 당연하지만 꼭 드레스여야 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슈트 스타일을 평생 고수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누가 알겠어요?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은 아주 만족스러운 상태예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해 3월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침략을 목격하는 것은 깊은 슬픔과 절대적인 내적 고통”이라며 “이런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지구상에 없다”고 적었다. 아브제예바는 “저는 음악이 사람들을 연결하고 더욱 가깝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음악적 언어의 중요성을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브제예바는 인상 깊은 한국인 연주자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를 꼽았다. “한국 아티스트가 클래식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걸 알죠. 하지만 클래식 음악가 중에선 제가 수차례 만난 조성진이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김봄소리도 언제 봐도 매우 기분이 좋아지는 연주자예요.”
조슈아 벨 “한국 관객은 세계 최고”
벨은 쉰 살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꽃미남’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공연이 끝나면 연주자 출입구에 벨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관객들이 몰려든다. 벨은 14세에 데뷔해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7세에는 미국 클래식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받았다. 그의 음반들은 그래미상, 머큐리상, 그라모폰상 등을 휩쓸었다.
벨은 e메일 인터뷰에서 “저에게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관객이 있는 국가를 들라고 하면 언제나 한국을 최고로 꼽는다”며 “음악에 대한 열정, 공연장을 찾는 젊은 관객, 한국에서의 연주가 아주, 아주, 특별하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치고 관객을 만나는 건 언제나 특별한 일이고 이번에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요. 한국에 가면 다른 곳에선 찾을 수 없는 설렘을 느낄 수 있어요.”
이번 무대에선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5번과 쇼송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시’를 연주한다. “비외탕은 조금 생소한 이름일 수 있고 협주곡은 자주 연주되진 않았지만 관객이 좋아할 곡이라고 생각해요. 제 스승인 요제프 긴골드는 외젠 이자이의 제자였고, 이자이는 비외탕의 제자였으니 개인적 인연이 있어 더욱 각별해요. 쇼송의 ‘시’는 제가 어릴 적부터 사랑해왔을 만큼 멋진 곡이죠.”
벨은 야샤 하이페츠, 프리츠 크라이슬러, 나탄 밀스타인처럼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졌던 세대’의 연주를 들으며 성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렸을 때 개성 있는 연주를 들은 것이 나만의 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며 “오늘날에는 아주 뛰어난 연주자와 콩쿠르 우승자가 많고 과거 누구보다 더 완벽한 연주를 해내지만 100년 전과 비교하면, 소리가 서로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벨은 여러 음악적 도전을 계속해왔다. 2011년부터는 전설적 지휘자 네빌 매리너경이 창단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그는 현대음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연주하고 재즈, 컨트리, 중국 전통음악 연주자와도 협연한다. 2007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협력해 워싱턴 지하철역에서 정체를 숨기고 연주하는 실험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ASMF는 나의 음악적 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 예술가로서 평생 배우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어느 지점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안다고 생각하고 배우기를 멈춰서는 안 되죠.”
지난해부터는 부인인 소프라노 라리사 마르티네즈와 함께 ‘목소리와 바이올린’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열었다. 벨은 “팬데믹 중에는 공연할 수 없어 둘이서만 연주하고 편곡했는데 이제 함께 공연할 만큼 레퍼토리가 쌓였다”며 “바이올린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와 닮았기 때문에 목소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우면 바이올린에도 적용할 수 있어 좋은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제 부인은 한국 문화의 열렬한 팬이에요. 한국의 모든 드라마와 좀비 쇼까지 보죠. 다음엔 함께 한국에 오기를 바라요.”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