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 자부심 컸던 '美 총기참변' 한인 가족···"아이 생일 선물 바꾸려다"

정미경 인턴기자 2023. 5. 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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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한국계 부부와 3살 아들 희생
살아남은 6살 아들 병원서 치료 중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서 도움 손길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쇼핑몰에서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30대 한국계 부부와 3살 작은아들이 희생됐다. 이들 가족의 지인이 개설한 모금·후원 사이트에는 8일 오후 7시 기준 1만4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후원에 동참했다. 고펀드미 캡처
[서울경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쇼핑몰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교포 일가족이 큰 아들의 생일 선물을 교환하기 위해 쇼핑몰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8일 나타났다. 이날 이들 가족의 지인이 개설한 모금·후원 사이트에는 1만4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잇따라 후원에 동참했다.

지난 7일 댈러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총기 난사 희생자 가운데 30대 한국계 부부와 3살 아들이 희생됐다며 이들이 조규성(38)·강신영(36)씨 부부와 그 자녀인 3세 아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6살 큰아들도 역시 총격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몸의 부상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태이지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에 빠진 상태로 전해졌다. 아이는 사건 당시 엄마가 온몸으로 감싸 안은 덕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변호사로, 강씨는 치과의사로 일해왔다고 한다. 이들은 쇼핑을 마치고 사건 당일 오후 교회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지인들이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다 참변을 당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미국의 모금·후원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는 이들의 영어 이름 실명, 가족사진과 함께 장례 등 절차에 도움의 손길을 모아달라는 내용의 모금 페이지가 개설됐다. 이 페이지 작성자는 “우리는 이 가족의 친구들”이라며 “이들을 돕기 위해 고펀드미 페이지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지난주 토요일 규(조규성씨)와 신디(강신영씨), 윌리엄(큰아들), 제임스(작은아들)는 앨런 아웃렛 몰을 방문했다”며 “윌리엄은 나흘 전에 6번째 생일을 축하했고 제임스는 3세로, 그들은 윌리엄이 생일선물로 받은 옷을 다른 사이즈로 교환하기 위해 거기(아웃렛)에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빛과 사랑, 축복으로 가득해야 할 그날 오후가, 8명의 희생자를 남긴 총기 난사 학살로 한순간에 끝나버렸다. 신디와 규, 3살 제임스는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에 포함됐고, 가족은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며 “(병원)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6살 아들 윌리엄은 이 끔찍한 사건에서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 페이지는 그들의 장례식과 그밖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가족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금액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어떤 기부든 대단히 감사히 여길 것”이라며 “이 (페이지) 링크를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공유해달라”고 부탁했다.

고펀드미 페이지가 개설된 이후 이들을 기리는 익명·기명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8일 현지 시간 오후 7시 기준 후원자는 1만3900여명으로 약 74만 달러(약 9억8000만 원)가 모였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숨진 조씨·강씨 부부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교포로, 한국어를 더 편하게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현지에서 자리 잡아 좋은 평판을 받았고, 한인 교회를 다니며 봉사활동 등 주변 한인들을 돕는 각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한인 매체 관계자는 “부부 모두 착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지 지인들 모두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씨의 변호사 사무실 사이트 소개란에는 “한국에서 태어나 댈러스에서 자란 이민자로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존경심,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이민법은 가장 열정을 가진 분야로, 1990년대 초 이민자로 살았던 저의 경험을 폭넓은 법률 지식과 결합해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도우려고 노력한다”라고 적혀 있다. 또 “여가 시간에는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두 아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라고도 했다.

피해자 가족의 장례식 절차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3시 36분께 댈러스 외곽 앨런의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한 무장 괴한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8명이 숨졌고 부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수사 당국은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총격범이 온라인상에 올린 게시물 등을 토대로 극단적인 인종주의에 기반한 증오범죄일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정미경 인턴기자 mic.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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