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섬 호재’ 있다지만…”생활 인프라·교통 여건 열악”[시화MTV푸르지오디오션]
제2순환고속도로, 빠르면 6년후에나 이용 가능
’거북섬’ 개발 지지부진… 해양레저클러스터 조성 여부가 관건
정보 홍수 시대. 부동산 정보도 예외는 아닙니다. 독자들 대신 직접 분양 예정 단지들을 가봅니다. 실수요자가 누구냐에 따라 강점이 약점이 되기도 하고, 반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입니다.[편집자주]
지난 8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2715번지 시화MTV푸르지오디오션 건설 현장을 찾아가는 길은 그야말로 ‘대장정’이었다. 지하철 환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기도와 가장 가까운 서울 지역인 4호선 사당역에서 출발했지만, 단지와 가장 가까운 정왕역까지 꼬박 1시간이 걸렸다. 그마저도 정왕역 앞에 위치한 정왕역환승센터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20여 분을 달린 뒤에야 단지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배차간격은 20~50분에 달했다.
단지 입구 뒤로 여러 곳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첨단 해양레저복합도시’로 개발되고 있는 거북섬 인근에 위치해 유망한 투자처로 각광 받아왔던 곳들이다. 보도블럭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자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서핑장이 나타났다. 하얀 파도가 치는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긴 일부 휴양객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반면 서핑장 바로 옆 상가는 텅텅 비어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상가 호실마다 ‘임대’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데다,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마트나 식당 등 흔한 편의시설도 존재하지 않았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평소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잘 찾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평일인데 왜 이곳에 왔냐고”고 되물었다. 그는 “입주민들은 근처 배곧신도시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조용하다”며 “아파트 단지는 들어왔지만, 주변 레저시설은 3년째 개발이 지지부진하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불안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와 영화관을 찾아보니 약 6㎞ 거리에 있었다. 인근 주민도 “여기 주민들은 편의시설이 몰려있는 배곧신도시를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단지와 무려 8㎞ 떨어져 있는 곳에 생활권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교통 여건도 열악했다. 분양 홈페이지에 적힌 ‘오이도역을 통한 서울 쾌속 교통망’이라는 문구가 떠올라 오이도역으로 가는 버스를 찾아봤지만 35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이도에서 서울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서울 접근성’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수 밖에 없었다. 정류장에는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도 설치돼있지 않아서 벽에 붙어 있는 버스시간표 종이를 확인해야 했다. 노선도 11-A, 99-3 두 개 뿐이었다.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해도 10㎞ 거리에 있는 남안산IC를 통해 평택시흥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오이도IC를 통해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2029년이나 돼야 가능하다.
다만 단지 인근에 초·중고교가 있다는 점에서 일부 학부모들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에는 시화나래초등학교·중학교가 개교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6㎞가량 떨어진 정왕고등학교와 서해고등학교가 그나마 가장 가까웠다. 경찰서나 소방서 등 치안 인프라는 없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저렴한 분양가’가 해당 단지의 가장 큰 이점이라고 했다. 이곳은 시흥시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된 뒤 처음으로 분양하는 단지라 청약 조건이 비교적 덜 까다롭다. 만 19세 이상이고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2개월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며, 유주택자도 청약이 가능하다. 재당첨 제한과 실거주 의무도 없다.
해당 단지 분양가는 전용 78㎡ 기준 4억1600만원이다. 발코니 확장비는 699만원으로 책정됐다. 90㎡는 4억8600만원(발코니 확장비 763만원), 100㎡는 5억3800만원(발코니 확장비 823만원)이다.
일각에선 인근 단지와 비교했을 때 마냥 저렴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에 입주를 시작한 인근 단지 호반써밋더프라임 84㎡의 4월 실거래가는 4억6000만원이었다. 74㎡는 4억1000만원이었다. 호반써밋더퍼스트오션 85㎡의 실거래가도 평균 4억1250만원이었다.
수도권에서는 흔치 않은 ‘오션뷰’라는 장점도 있다. 해당 단지는 시화호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해있다. 실제 3층 정도 높이의 상가 옥상에 직접 올라가보니 거북섬 너머로 시화호의 모습이 뚜렷했다. 하지만 막상 오션뷰 장점을 누리는 호실은 많지 않았다. 4개 동씩 총 8개 동이 병렬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지만, 앞 4개 동이 오피스텔(최고 31층)이고, 뒷편에 있는 4개동이 아파트(최고 35층)다.
아파트 가장자리에 있는 동이나 최상층부 일부 호수를 제외하고는 바다 조망이 불가능하다. 오피스텔은 지난해 11월 청약에 나섰지만 119㎡를 제외하고 모두 미달됐다. 한 공인중개사는 “청약 조건이 완화됐기 때문에 휴양 시설을 인근에 두고 즐길 수 있는 ‘세컨드 하우스’로의 매력은 충분하다”며 “일정 부분 수요도 있고, 거북섬 개발 이슈도 꾸준하기 때문에 최근 다른 단지들의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마진이 확실하다고 하기엔 조심스럽다”고 했다.
분양업계에서는 시화MTV푸르지오디오션의 가치는 ‘해양레저클러스터 구축’ 여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거북섬에 조성되고 있는 해양레저클러스터에는 오는 2025년까지 해양레저시설, 쇼핑센터, 아쿠아펫랜드, 숙박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서핑장이 운영 중에 있다.
만약 해양레저클러스터 개발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단지 인근에는 큰 무리 없이 인프라 조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흥시는 해양레저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지역 내에 환경, 교육, 경제, 복지 등과 관련한 다양한 인프라를 마련할 계획이다. 2년 전 대규모 개발 사업 호재에 단지 인근 상가 분양가가 서울 지역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던 것이 그 열기를 증명한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거북섬 개발이 지지부진할 경우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단지 인근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계획도시는 한정된 공간에 조성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거북섬은 3년째 변변한 인프라나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시흥시 측에서 공언했던 키즈파크, 대관람차도 완공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관광 클러스터에 콘텐츠가 없으면 관광객이 찾아올 이유가 없고, 인프라도 제대로 마련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당초 사계절 내내 운영된다고 했던 인공서핑장도 비수기에는 아예 운영을 하고 있지 않을 정도로 사업 진행이 더디다. 서핑장이 문을 닫으면 자영업자들도 철수하기 때문에 지역이 도통 활기를 띠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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