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만졌다고요!"…클럽 성추행범 몰린 남성, 2년만에 무죄 확정[사사건건]

한광범 2023. 5. 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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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체접촉 느끼고 근처 테이블 앉아있던 남성 범인 지목
클럽 관계자 "나도 목격했다"…남성 "안 만졌다" 억울함 호소
1심 이어 2심도 무죄…法 "피해여성 진술 믿기 어렵다" 판단
한 클럽 내부 모습.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남성 A씨는 2019년 12월 말, 서울 서초구 한 클럽을 찾았다가 성추행범으로 수사를 받게 됐다. 인근 테이블 옆에 서있던 여성의 신체 아랫부분을 만졌다는 것이 혐의 내용이었다.

성추행을 당한 피해여성은 누군가 자신의 신체를 만진 것을 알아챈 후 “누가 나를 만졌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클럽 관계자 등이 곧바로 A씨를 클럽밖으로 데리고 나가 추궁했다. 술에 취한 상태였던 A씨는 일행과 클럽 관계자들에게 “안 그랬다. 진짜 억울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귀가 후 또 다른 클럽 관계자로부터 “어제 너무 취하셔서 테이블에 앉아 계시다가 중심 잡으려고 여자 다리를 잡으신 것 같다. 여자 쪽에서 다리를 만졌다고 말하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 남자 범행 인정했다고 들었다” vs “그런 적 없다”

피해여성은 A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A씨는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피해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테이블을 바라보고 서 있을 때 뒤에서 어떤 남자가 제 다리 사이로 손을 넣고 신체를 만졌다”고 진술했다.

여성은 이어 “당시 놀라서 약간 당황한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 후에 보니까 A씨가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었다”며 “A씨가 추행사실을 인정했다는 것을 지인과 클럽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

현장을 목격했다는 클럽 관계자는 “피해여성이 크게 소리를 질러 쳐다봤더니 A씨가 피해여성의 허벅지 쪽을 만지고 있었다. 뒤쪽에서 허벅지를 쓸어내리는 것을 본 것 같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추행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피해여성의 신체를 만직 적도 없고, 추행사실을 인정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검찰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해여성의 진술에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여성이 갑자기 뒤쪽에서 추행을 당했다면 반사적으로 즉시 뒤를 돌아보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뒤를 돌아보는 대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부터 요청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여성은 추행한 사람을 곧바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시 후 뒤를 돌아보고 근처 테이블에 앉아있던 A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는데, A씨를 지목하게 된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法 “다른 사람이 접촉했거나 의도치 않은 접촉 가능성도”

1심 재판부는 아울러 “피해여성이 밝힌 피해사실의 주요 내용에 대한 진술이 수사기관에 이르러 (사건 초기 진술과 다르게) 갑자기 변경된 이유에 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성추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클럽 관계자의 진술에 대해서도 “(성추행을 당한 후 한참 후에 고개를 돌려봤다는) 피해여성의 진술과도 서로 모순돼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피해여성 진술과 목격자 증언에 의하면, A씨가 의도적으로 피해자 신체를 만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1심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재판장 김형작)는 지난 2월 “1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여성 주장에 의하더라도) 설령 피해자 주장과 같은 추행 행위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A씨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추행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A씨의 손이 피해여성의 종아리 부위에 접촉한 사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클럽내 테이블 구조상 의도하지 않은 접촉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피해여성이 주장하는 추행행위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A씨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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