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영국은 막은 CFD 피해, 알면서도 못 막은 금감원

김보라 2023. 5.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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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지난해 말 '영국 FCA' CFD 경고 내용 소개
영국FCA, CFD마케팅 금지로 '1억 유로' 피해 예방
금감원 검사·감독업무에 금융소비자 보호의무 있어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런던사무소는 'FCA, CFD 위험성 안내 및 감독서신 주요 내용'이라는 제목의 자료 하나를 작성했습니다. 이 자료는 우리나라 금융감독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CFD 투자에 대해 경고한 내용을 담았는데요. 

영국 금융감독청은 차액결제거래(CFD) 투자자의 약 80%가 손실을 입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만큼 CFD 투자가 위험하고 CFD를 활용한 불법‧부당행위가 많다고 본 것이죠. 

이에 영국 금융감독청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CFD 거래 등을 운영하는 24개 회사에 대해 관련 마케팅을 금지했습니다. 덕분에 영국은 2021년, CFD로 발생할 수 있는 1억 유로(약 1457억원)의 소비자 피해를 예방했다고 합니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유명인(celebrity)을 동원해 허위 광고 및 보증(투자수익 확보)을 하고 투자금액 증액을 위한 압박판매 기법 동원, 미인가 업체의 투자조언 행위 등을 CFD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법이죠. 

우리나라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영국 금융감독청의 CFD 대응 내용을 담은 자료를 올해 2월 1일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개월 뒤인 지난달 24일 국내 주식시장에는 모든 투자자들이 경악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SG증권 발 CFD거래로 인한 반대매매로 일부 종목들이 연쇄적으로 하락하는 폭락사태가 일어난 것이죠. 

이 사태 중심에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연루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다단계 판매수법이 동원됐다는 이야기도 나오죠. 4개월 전 영국 FCA가 꼽은 CFD리스크 요인과 꼭 닮은 모양새인데요. 이미 몇 달 전 영국에서 경고한 CFD위험성을 파악하고도 금감원은 이를 막지 못한 셈입니다. 

지난달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시장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 변동성을 이용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유튜브 등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세력들을 금감원이 오래전부터 지켜봐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또 지난 6월부터 자본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인력을 확충하고 시스템도 보완해왔다고 했습니다. 즉, 금감원은 자본시장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열심히 감독해왔는데 애석하게도 CFD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이죠.  

이복현 원장의 워딩에서 드러나듯 금감원 본연의 업무는 검사·감독업무입니다.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를 수행하죠. 

금감원의 검사·감독업무는 문제가 있을 경우 제재조치를 하는 사후처방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미리 불공정거래를 막는사전예방 성격도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후처방만큼이나 사전예방이 중요한 건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감원의 핵심 업무 중 하나가 바로 금융소비자 보호이기 때문이죠.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위의 주요소관업무 중 하나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배상 등 피해구제입니다. 금감원은 이러한 금융위의 지도와 감독 하에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CFD 사태는 검사·감독업무를 하는 금감원의 실패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단순 개인전문투자자의 CFD투자 실패가 아닌, 지난 2~3년깐 꾸준히 주가가 올라가며 우량주라고 믿었던 종목에 투자했던 일반투자자들도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죠.  

금감원은 검사·감독업무를 강조하고 매번 불공정거래에 대해 엄단하겠다며 금감원의 활동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CFD와 같은 사건은 막지 못하면서 금감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도 상당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복현 원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자자들이 가짜뉴스 등 사적정보에 의지하게 된 주요 이유는 제도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금융감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이미 문제는 일어났고 CFD사태 사전예방에 실패한 금감원은 검사·감독업무를 강화해 사후처방을 열심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감독당국의사후처방도 중요합니다.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똑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면 CFD와 같은 사태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감독당국이 엄정한 제재조치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사후처방과 함께 왜 사전예방은 할 수 없었는지도 금감원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영국 금융감독청은 예방하려 노력한 CFD 피해를 우리는 막지 못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이를 엄단하는 수사기관인 검찰의 태도에서 벗어나 정책당국을 맡고 있는 수장으로서의 역할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복현 원장이 검찰 출신이기 때문에 자본시장은 잘 모른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수사기관에서 근무할 때랑 다르게 정책기관인 금융당국에 서보니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민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밝힌 이복현 원장의 소회 역시 수사시관의 입장이 아닌 사전에 피해를 예방해야하는 정책당국 수장으로서 고민하는 취지의 발언이기를 바랍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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