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색 후 “네이버 편향됐다”는 국민의힘, ‘尹’으로 검색하니 완전히 다른 결과

조문희·이두리 기자 2023. 5. 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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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1주년 취임 앞두고 네이버 뉴스 비판
박대출 “뉴스 검색 때 비난 기사 도배...개혁해야”
이철규 “제3자 비판 기사 배치, 조작 아님 불가능”
9일 오전 동시대간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윤석열’ ‘尹’을 검색한 결과. 네이버 갈무리

“내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인데 네이버에 ‘윤석열’ 키워드를 치면 ‘관련도순’ 첫 기사로 한겨레 <모든 국민을 유죄와 무죄로 나눈 ‘윤석열 검찰정치’ 1년>이 뜬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한 말이다. 박 의장은 “(위 기사의) 관련 뉴스는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뉴스고, 이어서 경향신문의 안철수 의원 발언으로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 1년, 이대로 가는 건 국민이 기대한 길 아니다’라는 비판적 기사로 들어간다”며 네이버에 윤 대통령 기사가 비난 일색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그러면서 “취임 1주년 된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비판·비난 기사로 도배하면 이걸 본 국민이 윤 대통령을 객관적·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아마 기적에 가까울 것”이라며 “네이버 측에서는 알고리즘으로 이렇게 만들어놓은 기사라고 하는데, 이건 알고리즘이 아니고 ‘속이고리즘’이다. 네이버 뉴스 이제는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들은 박 의장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관련 뉴스라면 적어도 윤 대통령을 검색하면 윤 대통령의 말과 그날 일정이 뉴스 ‘관련도순’에 들어가야 된다”며 “‘윤석열’을 검색하는데 안철수가 나오고 유승민이 나오고 제3자가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가 관련도 순위에 들어간다는 자체는 조작에 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언론매체의 성향을 자의적으로 분류해 비난 목소리를 냈다. 그는 “‘뉴스 더보기’를 보시면, 상당수가 뉴시스, MBC, 경향신문, 한겨레, 연합뉴스”라며 “윤 대통령을 치면(검색하면) 진보·좌파 신문이 보통 제목을 그렇게 (비판적으로) 뽑아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 이름을 열거하며 “파이낸셜뉴스는 괜찮고, MBN은 괜찮고···”라며 ‘화이트리스트’ 언론을 자체 열거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열띤 주장과 달리 이같은 결과는 ‘윤석열’을 검색한 탓일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윤 대통령 이름을 기사 제목·부제에 쓸 때 한글을 고집한다. 반면 언어의 경제성 등을 고려해 ‘尹’이라는 한자를 적는 언론사도 있다.

경향신문이 이날 오전 9시45분 기준 한자로 ‘尹’을 검색한 결과, 국민의힘 주장과 달리 윤 대통령 지지율, 발언, 일정 등을 전하는 보수 언론사 기사가 다수였다. 검색창 첫머리에는 연합뉴스가 보도한 <취임 1주년 ‘尹지지율 37.5%…방미 평가 ‘긍정’ 55% ‘부정’ 40%> 기사가 떴다. 첫 페이지 안에는 TV조선 <尹 “과거사 유감, 부담 갖지 말라”…기시다 “맡겨달라”>, 문화일보 <귀국 직전 日기시다, “尹대통령과 신뢰 깊어져…새 시대 열 것”> 등 기사가 포함됐다. 통신사인 연합뉴스를 제외하면 박 의장 등이 언급하지 않은 매체의 기사였다.

오전 11시 재차 ‘尹’을 검색하자 중앙일보 기사 <[속보] 尹 “과거 정부 반시장·비정상 정책이 전세 사기 토양”>이 검색창 가장 상단에 노출됐다. 연합뉴스의 <대통령실, 강남·종로에 ‘尹 취임 1주년’ 3D 전광판 띄워>, 조선일보 <尹 “어두운 과거 외면않고 진정성 있게 대한다면 한일 새 미래”>, 채널A <[단독]尹 취임 1주년 오찬에 국민의힘 지도부도 참석…‘심기일전’ 당부할 듯> 기사도 한 페이지 안에 보였다.

결국 국민의힘의 포털 알고리즘 비판 배경에는 당 및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지는데도 지지 반등세가 보이지 않자 언론·포털에 책임 전가하고 ‘길들이기’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통령실·여당의 거듭된 성과 상찬에도 지지세 상승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중순 당 정책위 차원에서 토론회를 열고 네이버·다음의 뉴스 공급 독점 등 문제를 집중 거론한 바 있다. 박 의장은 이들 포털을 ‘언론사 위의 언론사’라고 지칭했고, 이 사무총장은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작 의혹을 꺼냈다. 지난 1일에는 박 의장이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영방송 KBS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진 구성과 관련해 “좌파 매체에 점령당했다”며 편향성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기간 동안 KBS1 라디오에 야당 측 인사가 여당 측 인사보다 7배 많았다”고 했다.

정부 정책 실패의 원인마저 언론·포털에서 찾는 모습이 보였다. 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4일 토론회에 초청한 패널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주 69시간 근로제’를 입법예고했다가 반발에 부딪힌 이유를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언론사 기자들의 이해관계와도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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