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집값 하락 속 전세 불안 대구가 최악

곽근아 2023. 5. 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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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구]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대구의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만 3천여 호의 미분양 아파트가 있죠.

매매가격 하락폭 또한 전국 최대 규모로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세 가격 하락폭 역시 대구가 압도적으로 큽니다.

2021년 기준 전세 기간 2년 후인 2023년 시도별 아파트의 전세가격 하락 비중은 대구가 87%로 가장 높았고 세종, 대전, 인천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지역들 모두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이루던 2020년을 전후로 신규 아파트 시장이 팽창하던 지역들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집에서 나가겠다고 해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속출하고 있는 겁니다.

전세 실수요자들은 이사를 가고자 해도 못 가거나, 불가피하게 이사를 해야 할 경우는 일단 집을 뺀 후 월세로 옮겨 전세금 반환을 기다리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기도 합니다.

주택금융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앞으로 2년 동안 주택 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올 상반기 전세 계약을 하는 대구의 주택 가운데 16.9%가 깡통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는 전국 평균 3.1%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위험률이 10%가 넘는 곳은 전국에서 대구가 유일했습니다.

경상북도도 7%로 전국 평균을 2배 이상 웃돌았습니다.

전세 보증사고는 세입자가 계약 해지나 종료 후 1달 안에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한 경우, 그리고 전세 계약 기간에 경매나 공매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부동산이 불안정한 틈을 타 가짜 임대인과 중개인을 내세운 전세사기도 기승을 부렸습니다.

대구에서는 지난 달 건물 6동을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해 임차인 77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53억여 원을 가로챈 사기범이 구속 기소됐습니다.

모두 1억 원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전세들이었습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가짜 임대인을 내세워 보증금만 받고 달아난 후 이 돈으로 다른 빌라를 사서 돌려막기식으로 범죄가 진행됐습니다.

갓 취직한 직장인,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이 대거 이 전세사기의 피해자였습니다.

왜 이렇게 대구에서 전세 불안이 심한 걸까요?

전문가들은 대구가 집에 대한 수요 탄력성은 낮은 반면, 공급 탄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부동산 활황이던 2019년과 2020년 즈음,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보수적으로 천천히 움직인 반면, 집을 공급하는 건설사들은 물량을 쏟아부었다는 겁니다.

2019년도 대구지역에는 2만 6970여 가구가 공급됐고 2020년에는 그보다 더 늘어난 2만 9960가구가 분양시장에 나왔습니다.

이는 실제로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 연평균 수요 만 2천여 가구의 2.5배를 웃도는 물량입니다.

수요 예측을 잘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학군 좋은 지역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물량이 쏟아진 겁니다.

부동산 문제가 나라와 지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정부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임차인에게 선순위 임차인에 대한 정보와 임대인 체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전세 안심 앱 도입, 은행의 확정일자 확인 의무화 등 다각적인 대책들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전세 수요자들도 소중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등기부 등본만 열람해도 선순위 임차인 여부나 근저당권 설정 여부를 알 수 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계약일에 나타난 임대인이 등본상의 소유주와 일치하는 지 신분증과 함께 확인하는 절차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부동산 불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속절없이 하락하는 매매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계속적인 주택 가격의 하락은 서민들의 전세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지역별' 맞춤형 부동산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곽근아입니다.

그래픽:김지현

곽근아 기자 (charter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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