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신재생 조화로운 에너지믹스 찾아야...친환경에너지 C학점
(지디넷코리아=이한얼 기자)지디넷코리아는 오는 5월20일 창간 23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윤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반도체·바이오헬스·자동차·디지털 등 산업별 육성방안과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포괄하는 국가성장전략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금리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IMF 외환위기(1997), 금융위기(2008)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통해 위기극복과 더불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新성장 4.0 전략은 가동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완결된 학점'을 주기엔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분야별로 성적을 매길 계획입니다. 이 같은 작업이 우리나라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초일류국가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분명 나아가야 할 길인데 이번 정부들어 신재생에너지는 마치 신기루와 같은 이미지가 돼버렸다. 신재생에너지는 보급 확대는 의무가 아니라 필수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2030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라는 도적적인 과제와 함께 출발한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을 준비해야 할 가교 역할을 전임하게 됐다. 신재생에너지 불모지인 국내 여건에 더해 취약한 에너지 자급률 등 문제는 산적하다.
출범 당시 윤 정부의 표현을 빌리면 "사장된 원전 산업을 조속히 복원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조화로운 에너지믹스를 설계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된 지금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조화로운 구조를 이루고 있을까.
당초 윤석열 정부의 공언대로 원전 산업은 일정 부분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문제는 원전 산업 복원에 집중한 나머지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당초 계획했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상당 부분 후퇴했고, 정부는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 부담도 덜어줬다. 이런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를 육성해야 할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산업계 논리를 대변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2중대'에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게 됐다.
■원전 복원에 치중해 신재생에너지 대거 하향…RPS 의무 비율도 축소
산업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보면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님이 드러난다. 전기본은 정부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에너지믹스를 설계하는 15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이다.
제 10차 전기본의 2030년 주요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은 원전 32.4%, 석탄 19.7%, 액화천연가스(LNG) 22.9%, 신재생에너지 21.6%다. 이전 정부가 2030 NDC를 40%로 상향하면서 설계한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30.2%에서 8.6%포인트(P) 하향됐다. 반면 원전 비율은 23.9%에서 8.5%P 상향됐다. 2036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30.6%)도 2030 NDC에서 설정한 신재생에너지 비중보다 0.4%P 올리는 데 그쳤다.
203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는 재생에너지 비율 상향을 요구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당초 설계했던 원전 비율을 올리게 되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하향과 맞물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비율(RPS)도 축소됐다. 당초 이전 정부에서는 올해 RPS 비율을 14.5%로 설정하고 2026년부터 25%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올해 목표치를 13%로 낮추고 2030년을 RPS 25% 달성 시점으로 늦춰잡았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국내 전력 보급 비율은 모든 게 원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줄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보급 비율이 22.4%까지 올라갔고 유럽도 20% 올라간 상황이다. 국내만 글로벌 흐름에서 역행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국제 기준) 비율이 가장 떨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국 에너지그룹 BP가 발표한 '2022년 세계 에너지 통계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신에너지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2021년 기준) 40.2테라와트시(TWh)로 전체 발전량 중 6.7%에 그친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로 OECD 비회원국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10.1%)과 비교하더라도 한참 뒤떨어진다. 이웃나라인 일본 (7.69%)에 견줘볼 때도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은 취약한 셈이다.
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을 역임한 이준신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미래는 결국 에너지 전환의 시대로 갈 거다"면서 "향후 전력거래 자유화도 도입해야 하고 PPA(전력구매계약)도 활성화하는 등 과제도 많은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만 실현 불가능한 에너지로 몰아가는 건 글로벌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 親산업 행보에 산업 부문 온실가스 부담 줄여…탄소중립 실현은 어떻게?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이달 초 제1차 탄소중립 국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분을 줄여줬다. 지난 정부에서 NDC를 발표했을 당시 2030년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14.5%였으나 이번 정부들어 3.1%p 줄여 11.4%로 하향한 것이다.
금속, 광물, 화학 등 산업 공정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020년 기준 48527.69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q)으로 국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국제연합(UN)이 정한 온실가스 부문 분류기준인 에너지, 산업, 농업, LULUCF 부문 중 에너지 부문을 제외하고 최고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분야다.
아직 석탄과 LNG를 사용하는 에너지 부문을 제외하면 산업 부문은 사실상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분야라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5천622만톤 CO2eq로(2020년 기준) OECD 국가 중 여섯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다.
즉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상당한 상황에서 정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 부문이 부담해야할 요소를 심각할 정도로 경감해줬다는 것이다. 여기엔 산업부의 친산업 행보, 환경부와 탄녹위의 무기력함이 숨어있다.
석 위원은 "전기본에서 탄녹위까지 에너지당국은 산업계 논리만 충실히 대변했을 뿐 실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고려한 정책은 실종됐다"고 꼬집었다.
이준신 교수 역시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온실가스를 줄이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게 선순환 구조인데 산업계 온실가스는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줄이는 건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당초 산업부는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4.5%에서 5%로 낮추자는 파격적인 안을 환경부와 탄녹위에 제시했다.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부담 분을 상향해도 모자랄 환경부와 탄녹위는 해당 안을 검토했고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산업계의 큰 부담이 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결국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11.4%로 하향됐고, 산업보다 환경을 먼저 고민해야 할 환경부와 탄녹위는 친산업이라는 논리에 별 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은 탄녹위 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탄소중립이라는 것이 우리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라고 언급한 것 역시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다.
■"정치 논리 배제해야"…"친환경 에너지는 선택과목 아닌 필수과목"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탈원전'을 만악의 근원으로 규정했다. 탈원전을 최근 급등한 가스요금, 전력요금 등 에너지 대란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키우고 원전을 하향한 이전 정부의 행태를 '에너지 몰이해'로 규정한 것이다.
실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산업부 출입 기자들에게 "전 정부의 탈원전 도그마"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종종 언급하기도 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이창양 산업부 장관 등도 모든 에너지 문제의 원인은 '탈원전'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강 교수는 이같은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면서 "신재생에너지 문제를 반도체나 이차전지, 바이오 등 산업 분야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넌센스다. 에너지는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이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정치적 수사만 오갈 뿐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장기적 계획 자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청정에너지의 기본인 수소경제를 얘기하지만 자체적인 장기 전략이 전무하다"면서 "원전 복원만 가지고 국가 에너지 정책이 완성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준신 교수 역시 의견을 같이했다. 이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를 이른바 못된에너지로 규정하고 신재생에너지 업계를 죄인 취급하는 등 분위기를 험악하게 가지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검찰은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 핵심 원자재법(CRMA)으로 날개를 달아야 할 태양광 업계가 정부의 에너지 정치논리로 인해 상당히 위축됐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당초 약속했던대로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균형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면서 "한 쪽의 전원만 힘을 실어줄 경우 장기적인 에너지 플랜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정부 임기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이 1.99%인데 비해 차기 정부인 2027~2030년에는 비율이 9.29%로 상향되는 것 역시 그의 의견을 뒷받침 한다.
이한얼 기자(eo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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