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임직원, 불법 저질러도 징계 전 옮기면 그만?… 제도 애매해 ‘허점투성이’

김유진 기자 2023. 5. 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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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감독연구 논문 들여다봤더니
일부 금융권, 제재조치 권한 법적 근거 불명확
금융사 따라 제재 효과 발생 시점 달라져 문제
일러스트=손민균

은행, 상호금융 등 금융기관의 퇴임 임직원에 대한 ‘임원 선임 자격 제한 제도’가 법적 근거 규정이 불명확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 당국은 위법·불법을 저지른 금융사 임직원이 제재를 받기 전에 퇴직을 해버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퇴임 임직원에 대해 일정 기간 금융사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취업을 제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의 제재 권한이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제재를 피해 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 근거 법령 불명확… 신협, 제재 실패하기도

9일 금융감독원의 금융감독연구에 실린 ‘금융기관 퇴임 임직원 제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문에 따르면 최근 퇴임 임직원 임원 선임 자격 제한 제도가 관련 근거 규정이 불명확하거나 입법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퇴임 임직원이 금융감독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신협중앙회에서 퇴임 임원에 대해 임원 자격 제한 조치를 했지만 법적 다툼에서 패소한 경우는 근거 법령 불명확으로 퇴임 임원에 대한 자격 제한 조치가 실패한 사례다. 지난 2021년 신협중앙회장이 퇴임 임원에 대해 자격 제한 조치를 취했지만, 법원은 당시 “신협중앙회는 퇴임 임원에 대해 독자적으로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른 조치 권한을 갖지 못한다”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신협법상 퇴임 임직원에 대한 제재 권한이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해당 소송에서 신협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신협법 제84조2에 의하면 퇴직 임직원에 대한 조치 통보 권한을 “금융위원회와 그 권한을 위탁받은 금융감독원장 및 신협중앙회장”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 법령상 퇴임 임직원의 조치에 대한 통보 주체를 원칙적으로 금융위원회에 있다고 본 것이다.

새마을금고법은 퇴임 임직원에 대한 조치 요구의 내용을 “주무부장관과 금고중앙회장”이 통보하도록 명확히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신협법은 문언상 제재 권한에 대한 명확한 명시가 없어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래픽=손민균

◇ 금융사 따라 제재 효과 발생 시점 달라져

금융기관의 퇴임 임직원에 대한 임원 선임 자격 제한 제도가 금융권별 근거 법령 규정이 산재돼 있어 통일된 규율 체계를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부분의 금융사는 지배구조법에 따라 퇴임 임직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에서는 퇴임 임직원에 대해 임원 선임 자격 제한 사유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른 금융기관에서 중징계 이상의 위규행위가 발견돼 사후적으로 제재를 받아도 임원으로 선임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또한,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퇴임 임직원에 대해선 금융기관에서 제재대상자에게 ‘조치 내용을 통보한 날’을 기준으로 임원 선임 자격이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금융기관의 자의적으로 제재 대상자의 임원 자격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조치 내용 통보시점을 지연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융위원회로부터 1월 1일에 동일한 제재를 받은 이들 중 한 명은 A 금융사로부터 올해 2월 1일에 제재를 통보받고 또 다른 1명은 3월 1일에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임원 자격 제한 효과는 4년간 유지되므로, 먼저 통보를 받은 이는 2027년 2월에 선출하는 임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달 늦게 통보받은 이는 해당 임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그래픽=조선DB

◇ 제재 권한 명시한 법령 정비 필요

퇴임 임직원 자격 제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제재 권한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기관에 따라 임원 선임 제한의 내용이 상이해 규제 차익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규제 체계를 정합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해당 논문은 “중징계 등 제재가 예상되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징계를 받기 이전에 스스로 퇴임 또는 퇴직해 징계 처분을 회피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이들의 퇴임 또는 퇴직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금융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또한, 임원 선임 제한 기간의 산정일이 금융기관 통보일이 아닌 금융감독기관 통보일이 되도록 수정해 임원 자격 제한 시점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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