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불륜 막장 샛길 말고 성장대로로 돌아와!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차정숙(엄정화)이 의사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 남편 서인호(김병철)의 불륜이어야만 했을까. 경단녀의 성장을 그리는 드라마에서 그의 재기를 방해하는 빌런이 왜 하필이면 남편일까.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 연출 김대진)의 인기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마냥 재밌다고 하기에는 자꾸만 아쉬운 뒤끝이 남는다. 드라마를 힘있게 끌고 나가는 사건을 만들기 위해서 그랬다 해도 '굳이 불륜이어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 차정숙이 레지던트 1년차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경쾌한 코믹터치로 그리며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의대에 다니던 중 혼전임신을 하고 육아 때문에 결국 전업주부로 살게 된 정숙이 20년만에 다시 의사의 꿈을 찾아 나서자 열렬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정숙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가 따뜻하고 희망적이어서 '닥터 차정숙'을 보는 이들의 마음도 덩달아 밝아졌다. 뒤늦게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며 좀더 전진하고,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반짝이는 중년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도 용기를 얻고 희망을 키우고 있다.
그런 덕분에 시청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8회 방송으로는 평균 시청률 16.2%(닐슨코리아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직전 시청률보다 3%포인트 이상 뛰어오른 수치로 '닥터 차정숙'을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건 중년의 성장 드라마를 표방하는 '닥터 차정숙'이 기어이 불륜 치정극이라는 오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꿈을 뒤로하고 현모양처로 살아온 정숙의 삶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편 인호는 동료의사 최승희(명세빈)와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하더니 결국 들통이 나며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배신감에 불타는 정숙이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한 듯하고 여기에 승희가 삼자대면이라도 하겠다는 듯 불쑥 나타나며 다음 편을 기약하게 됐는데, 딱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극초반 산뜻하기만 했던 '닥터 차정숙'은 어느덧 마라맛을 풍기며 시청자들을 얼얼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호와 승희 사이에 혼외자인 최은서(소아린)가 정숙의 가정을 파탄 내려고 아주 작정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는 정숙의 복수 드라마가 펼쳐질 것만 같다. 원래 드라마가 이야기하려던 게 뭔지 헷갈릴 만큼 막장의 풍미가 너무 강해졌다.
사실 드라마를 클라이맥스로 이끌 갈등으로 불륜처럼 말초적이고 효과적인 게 없을 것이다. 이번 시청률 기록처럼 즉각적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에서 몰아치듯 쏟아져 나온 막장 에피소드들은 총 16부작 중 꼭 절반을 달려온 '닥터 차정숙'이 앞으로 후반부를 달려 나갈 힘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장치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꼭 불륜이어야만 했을까. 경단녀가 재기하는 과정이 유쾌하고 즐거울 수만은 없겠지만 왜 하필 그 허들이 남편의 외도, 혼외자의 등장이어야 했을까, 아쉽기 그지없다.
인호는 불륜이 아니더라도 이미 정숙의 발목을 잡는 악역이었다. 똑같이 의대에 다니다가 아이 때문에 정숙을 집에 들여앉히게 된 걸 미안해하기는커녕 자신은 교수까지 되고도 교수로서 위신이 떨어질까 걱정돼 응원은 고사하고 정숙을 말리다 못해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레지던트를 하게 만든 '웬수 같은 남의 편'이다. 정숙에게 간 이식하는 걸 주저했을 때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기도 했다.
더욱이 드라마가 자식뻘인 나이 어린 사람들과 똑같이 일하고 공부해야 하는 늦깎이 레지던트의 이야기를 펼치기로 했다면 병원 내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교수 남편이 아니라도 다른 갈등의 소재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경력 단절 여성의 성장 이야기로 더 의미 있게 다뤄질 수 있을 관계들로 말이다.
나이 많다고 대접받으려는 사람이 극혐이라고 말하는 MZ세대 레지던트 동기부터 눈알을 부라리는 레지던트 선배이자 아들 정민(송지호)과 비밀연애 중인 것으로 드러난 전소라(조아람) 등 정숙의 병원 생활을 험난하게 할 관계는 차고 넘쳤다. 남편의 첫사랑이었던 승희와 교수와 레지던트로 부딪치면서 생기는 불편하고 미묘한 일들까지 더하면 스트레스는 더욱 높아진다. 비단 경단녀뿐이 아니라 중년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현실의 벽도 소재로 하면 이야기가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불륜을 드라마에 끌고 왔다면 마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혹여 불륜으로 경각심을 일으켜 정숙을 인호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는 게 목표였다면 그 또한 정숙을 과소평가한 것이라 애석함을 금할 수가 없다. 가정이 풍비박산되지 않더라도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명이 생긴 정숙이기에 충분히 전문의로 홀로서기할 수 있을 텐데, 제작진은 정숙이 그렇게 미덥지 못했나 싶다.
그나마 정숙의 성장 드라마를 과도한 불륜 소재로 퇴색시켰다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재밌게 볼 수 있는 건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다. 특히 김병철이 불륜남 서인호를 너무도 맛깔나게 그리고 있다. 분노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절묘한 균형 감각으로 큰 웃음도 동시에 주고 있다. 차진 코믹 연기를 펼치는 김병철 덕분에 '닥터 차정숙'은 불륜을 희화화했다고 시청자들을 설득하며 마음을 얻고 있다.
이렇듯 재미를 잡느라 불륜 통속극인 양 요란하게 반환점을 돈 '닥터 차정숙'이 부디 성장 드라마로서 의미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길 기원하게 된다. 외도는 물론이고 함께 산 내내 이기적이기만 했던 남편을 응징하고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인생 제2막을 열기 위해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는 게 '닥터 차정숙'이 진짜로 힘을 줘야 할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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