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 말하면서도 '스파이 색출 광풍'…어디까지 갈까
'중국 개방' 역설해온 리창 총리 발언과는 '이율배반적'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에서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스파이 색출 광풍'이 불고 있다.
미국과의 경제·안보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 문제를 최우선시하는 데 따른 여파다.
중국 당국은 방첩법을 개정해 간첩의 범위를 확대했는가 하면 중국 기업 정보에 대한 외국 고객의 접근을 차단하고, 툭하면 자국 내 외국 기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간첩 혐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과 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공안부 등이 주축이 돼 스파이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8일 중국중앙TV(CCTV)는 중국 안보 당국이 컨설팅기업인 캡비전의 쑤저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고 전했다.
캡비전이 중국의 민감한 산업 정보를 캐내려는 외국 정부·군·정보기관과 연관 있는 기업들로부터 컨설팅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다는 것이 조사 이유다.
이를 통해 국가 기밀과 핵심 분야의 정보가 유출됐을 것으로 중국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뉴욕, 상하이, 베이징, 쑤저우, 선전, 홍콩, 싱가포르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캡비전은 중국 국가 안보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와 지난 4월 미국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가 중국 공안에 급습당했다.
또 일본 제약기업인 아스텔라스의 직원이 베이징에서 스파이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스파이 색출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 장쑤성의 한 지방TV 채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외국기업 임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의 마이클 하트 회장은 "우리 기업계가 겁에 질려 있으며 다음은 누가 될 것인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내 외국기업인들은 스파이 색출 광풍과 더불어 방첩법 강화로 대만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이슈부터 중국 인권,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기술 문제까지 많은 주제가 '대화 금기 사항'이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컨설팅·법률 관련 사항을 수집하는 것도 자칫 중국 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의 이런 스파이 색출 광풍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계기로 정식 취임한 리창 총리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방·친기업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이율배반적 행위'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리 총리는 지난 3월 1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흔들림 없는 개혁개방을 강조했으며, 같은 달 30일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시종일관 개혁개방과 혁신 드라이브에 전념할 것"이라고 역설해왔다
이를 두고 '겉과 속이 다른' 중국의 민낯이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인공지능(AI)·첨단 반도체 등 공급망 재편과 대만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으로 대중 압박의 강도를 높여온 가운데 중국 역시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스파이 색출 드라이브도 이런 대응 카드의 하나로 보인다.
첨단 반도체 기술에서는 '열세'인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공세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으나, 이번 광범위한 스파이 색출 작업을 통해 적극적 대응으로 전환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제품의 중국 유입은 물론 관련 기술의 중국 이전을 싹부터 자르겠다는 의도로 2019년 5월 5세대 이동통신(5G)용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4G용 반도체 수출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아울러 반도체 생산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니콘 등의 중국 수출을 통제할 방침이다. 또 대만·한국·일본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체제 가동을 추진 중이다.
이런 움직임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온 중국이 지난 3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중국 철수 결정을 계기로 대응을 본격화하는 기색이다. 같은 달 중국 당국은 마이크론에 대한 사이버 안보 검토에 들어갔다.
중국의 사이버 보안 당국은 지난 3월 다양한 중국 정보 제공업체들에 기업 등록과 특허·물자 조달 정보·학술지·통계 연보 등에 대해 해외에서의 접근을 제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4∼26일 열린 제14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2차 회의에선 '사이버 간첩 행위'를 명시한 방첩법(반간첩법)을 개정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민감한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미중 갈등과 대립이 격화하면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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