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김재원·태영호 윤리위 징계 미루며 '자진사퇴' 압박
기사내용 요약
윤리위 속전속결 판단 전망에도…판단 미뤄
'尹 취임 1주년' 징계로 이목 집중시 역효과
자진사퇴 압박하며 '징계 완화' 출구 전략도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국민의힘이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빠르게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는 10일에 판가름을 내겠다고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윤리위원회는 일단 추가 소명 자료를 받은 뒤 논의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징계 결정이 10일에 발표되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의미가 퇴색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취임 1주년을 온전히 기념할 수 있도록 두 최고위원에 대한 자진사퇴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9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윤리위는 오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4차 회의를 열고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윤리위는 두 최고위원에게 몇 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전날 밤 회의 직후 "전날(7일)까지 수십편 짜리 소명서가 제출됐는데, 소명은 자기주장이고 의견"이라며 "주장이나 의견에 부합하는 증빙자료가 부족할 수 있다. 진술서든, 객관적 데이터든, 기사든 자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징계 수위는 전날 회의에서 결정 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두 최고위원으로 인한 '지도부 리스크'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정부여당에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이달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등 굵직한 행사가 있는 만큼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윤리위도 징계 수위를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최고위원이 '당원 100%'로 선출된 점, 강경보수 지지층 여론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윤리위가 논의를 매듭짓기로 한 이달 10일이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취임 1주년 당일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윤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인 10일에 그간의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 등이 부각돼야 한다. 특히 내년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 답보 상태인 정부여당에 1주년은 지지율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두 최고위원 징계에 이목이 쏠리면 오히려 윤 대통령의 성과가 가려져 정부여당에 오히려 독이 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당정 일체로 인한 문제점'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정부여당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인 10일 징계 수위 결정을 내세우며 두 최고위원이 느낄 부담을 배가시키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지도부와 윤리위는 두 최고위원에게 자진사퇴를 압박하면서 출구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두 최고위원이 자진사퇴할 경우 징계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황 위원장은 전날 '한 분이라도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양형에 반영되나'라는 질문에 "예상할 수 없어서 답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만약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그에 따른 징계 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적 해법이란 두 최고위원이 자진사퇴할 경우 징계 수위를 낮추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현재 징계 수위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당원권 정지' 기간을 1년에서 6개월 이하로 낮춰 내년 총선에 출마할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두 최고위원이 자진사퇴할 경우 궐위로 인정돼 최고위원 자리를 채울 수 있어 지도부 공백 우려도 사라지게 된다.
반면 두 최고위원이 10일 전까지 자진사퇴를 하지 않거나 결정에 불복할 여지를 둘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을 1년보다 더 길게 부여해 총선 출마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 당내 인사는 "국민의 부름을 받고 어렵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그간 성과와 앞으로 4년간의 방향 설명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당내 불미스러운 일만 강조되면 안 된다"며 "지금이야말로 선당후사, 결자해지가 맞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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