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전세계 4000편 운항 델타항공 본사를 가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는 전세계 항공업계에 큰 타격을 줬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경을 봉쇄하면서 여행, 출장이 막혔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다수의 국가에서 국경을 활짝 열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갔지만 2020~2022년 3년간은 근현대 역사에서 사람들의 이동이 가장 제한됐던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1년의 경우전 세계 국내선, 국제선 이용객은 코로나 이전 2019년 대비 절반이하(47%)로 급감했다.
델타항공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델타는 매출, 시가총액 기준으로 북미 최대 항공사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사로 꼽힌다. 이런 델타도 2019년 470억달러였던 매출이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170억달러로 곤두박질 쳤다. 2019년 66억달러였던 영업이익은 2020년 125억달러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전세계 최대 항공사가 코로나로 겪은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델타항공 본사 한 켠에는 1940년대부터 사용하던 격납고를 리노베이션해 만든 델타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대규모 백신접종센터로도 활용됐던 곳이다.
OCC 내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 곳에서 하루 4000편에 달하는 델타항공 항공기의 배치와 승무원 일정이 모두 결정된다. 항공기 운항에서 가장 중요한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항공기 지연, 결항 등에 대한 의사결정도 내린다. 항공기 운항, 안전과 직결되는 모든 정보는 OCC에 모이고 각 파트별 담당자들은 365일 24시간 정보를 분석해 항공기의 정시 운항, 안전한 운항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델타항공 관계자는 “OCC 직원들은 1년 365일 24시간 교대로 근무한다. 이 곳은 델타항공이라는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한다”며 “OCC 산하 전문 기상학자들로 꾸려진 팀에서는 24시간 전세계 기상 상황을 모니터하고 필요시 항공편 변경 등 조치를 단행한다. 자체 기상 전문가들을 갖춘 곳은 미국에서 델타항공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DTO에서는 델타 항공기 정비만 담당하는 게 아니다. 안내를 맡은 델타 관계자에 따르면 전 세계 150여개 항공사의 항공기 유지, 보수, 점검(MRO)도 이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델타가 거의 100년 가까운 항공기 정비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전세계 항공사들은 MRO를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보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조사기관에 따라 MRO 비즈니스는 연평균 약 5%는 충분히 성장할 전망이다. 델타는 미국에서도 가장 바쁜 공항으로 꼽히는 애틀란타에 본거지를 둔만큼 MRO 비즈니스 확대에 유리한 고지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델타 테크옵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완벽한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보였다. 보잉 747급의 대형 항공기에는 600만개의 부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항공기를 제대로 정비하기 어렵다. 이날 방문한 델타 테크옵스 안에는 항공기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발주하고 수령하고 보관하고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일련의 작업이 쉴새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얼핏 보기엔 항공기를 정비하는 곳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부품 물류 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델타는 채용과 항공기 도입도 확대하고 있다. 델타 본사를 방문한 날도 신규 채용을 위한 면접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델타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이후 지금까지 4000명 이상의 승무원을 새로 뽑았고, 올해도 4000~6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항공기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노후 기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신기종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신규로 도입한 항공기는 69대에 달하고 2025~2029년 보잉 737 맥스 100대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기내 와이파이, 신규 채용, 신기종 도입 등은 모두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이용한 투자와 혁신 사례로 꼽힌다. 델타는 코로나로 수익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팬데믹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고 보고 미래를 차곡차곡 준비했다고 한다.
공항에 투자도 코로나 때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대표적인 곳이 시애틀과 뉴욕이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경우 델타가 뉴욕뉴저지항만공사(PANYNJ)와 공동으로 40억달러를 투자해 터미널 C와 D를 최첨단 시설로 만들고 있다. 실제로 2022년 9월에 가본 터미널 C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온 느낌이 들 정도로 세련됐고 터미널 주요 시설 또한 완벽에 가까웠다.
코로나가 끝나고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은 다시 격전에 들어갔다. 누가 과연 승자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코로나 기간 중 준비를 더 많이 한 곳이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이다. 코로나 전보다 높은 항공권 가격이 본격적으로 내려가는 시점이 전세계 항공산업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문지웅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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