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한미일 협력 기회 열어…NCG 참여는 시간 걸릴 것"
"中 압박에 경제협력 중요…과거사 발언은 현상유지적"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지난 7~8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북한의 위협에 긴밀하게 대응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국과 일본의 국내 정치 분위기를 감안하면 한미 양국이 창설하기로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정상간 셔틀 외교가 복원되면서 본격적인 한미일 안보협력의 기회를 열었다"며 미국 전문가들의 평가를 소개했다.
앞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은 동맹국인 미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추적하는 레이더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군사협력의 가능성이 커졌다"며 "정상 수준에서의 관계 정상화를 계기로 2018년 '초계기 갈등' 이후 양국 군사작전과 관련해 존재했던 제약이 제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계기 갈등'이란 지난 2018년 12월과 이듬해 1월 각각 동해와 남해에서 발생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우리 해군함 근접 위협 비행사건을 말한다.
사건 당시 일본 측은 "한국 해군함이 초계기를 향해 공격 직전 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했다"고 주장한 반면, 우리 군은 '사실무근'이라고 맞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펴양 안보석좌도 "일본과 한국은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공동의 위협을 안고 있다"며 "핵과 전략적 억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먼저 양자 간에 추진돼야 하지만 향후 3국간 핵 전략 계획에 대해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당장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옳다"고 봤다.
이는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된 '워싱턴 선언'의 일환으로 창설된 한미 협의체인 NCG를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은 일단 한국과 미국의 양자 간 베이스로 합의한 내용"이라며 "그렇지만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답하며 일본이 NCG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국내 정치권의 반발에 직면에 (일본의 NCG 가입이)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3국이 같은 위협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논의해야 할 주제다"며 "한미일은 급격히 확대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3국 간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NCG 참여는 일본의 비핵 3원칙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핵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고 선언한 것을 말한다.
한편 한일 양국이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점도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서로를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그룹A) 국가로 재지정하고 양국의 반도체 기업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미국이 수출 규제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없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효과적인 수출 통제를 할 수 없다"며 화이트리스트 정상화가 공급망 탄력성 강화에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문제 발언과 관련해서는 "현상유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후퇴한 것도 한 발짝 앞으로 나간 것도 아닌 현상 유지에 불과해 한국 국민들의 기대에는 못 미쳤을 것이다"면서도 "양국이 모두 역사 문제를 따로 떼어놓고 있으며 양국 관계가 계속해서 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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