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력 규탄’ 불구 北 오히려 개성공단 무단가동 늘려

VOA, 위성사진 토대 “무단가동 추정”
개성공단 내 동시다발적 움직임 포착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20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개성공단 내 공장 무단가동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9일 보도했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전 개성공단 모습. 자료사진.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가 개성공단 무단사용에 대해 강력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히려 개성공단 내 공장 가동률을 확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20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개성공단 내 21곳의 건물과 공터에서 버스와 인파, 자재 등이 발견됐다고 9일 보도했다.

VOA는 과거 일부 중소기업에서 버스나 트럭이 포착된 적은 있지만 20여개가 넘는 장소에서 일제히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위성사진에서는 다수의 공장 앞에 과거 남측이 북한 근로자 출퇴근 편의를 위해 제공한 대형버스가 정차한 모습과 출퇴근을 위해 버스에서 하차하거나 탑승하려는 인파로 추정되는 그림자 등이 포착됐다.

지난해 7월 이후 240여대가 주차돼 있던 버스 차고지에서도 200여대의 버스만 확인돼 북한이 40여대 가량의 버스를 무단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버스가 발견된 업체는 의류제조업체인 신원에벤에셀과 화인, DMF, 매스트, 평안 1공장, 만선, 그리고 가죽·신발제조업체인 삼덕스타필드와 아트랑, 평화유통 등이었다.

이전에도 정기적으로 버스가 정차하곤 했던 제시콤에서도 5대의 버스가 확인됐다.

또 쿠쿠전자 공장에서는 대형트럭 1대가 포착되기도 했다.

이밖에 다른 건물에선 쓰레기장이 가득 찬 것으로 나타나 해당 건물이 가동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VOA는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이 근로자를 동원해 개성공단을 무단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20여 곳에서 일제히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많은 공장에서 무단가동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성사진이 촬영된 지난달 20일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사용을 강력 규탄하고 법적 조치를 경고한 직후이기도 하다.

앞서 권 장관은 지난달 11일 북한이 남북 연락채널에 응하지 않자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친 정부의 촉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는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이러한 위법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정부는 북한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