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투자법' 있는 줄…" 수십억 날린 투자자들 집단 행동
키움증권 등에 손배 소송 움직임
일각에선 “피해자 아니라 손해자” 지적
지난달 말 8개 종목이 하한가를 낸 이른바 ‘SG증권발 하한가 사태’를 두고 관련 종목 투자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습니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감독당국엔 증권사의 채권 추심을 미루도록 해달라고 진정서를 내고, 본인의 증권계좌를 통해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엔 손해배상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투자를 주도한 투자컨설팅업체도 고발할 예정입니다. 이들이 투자 손해에 대해 배상을 받을 수 있지 관심이 모입니다.
‘CFD가 뭔지도 몰랐다’ 소송 나선 투자자들
9일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에 따르면 이 법무법인은 SG증권발 하한가 사태로 투자금 손실을 본 투자자 중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자 하는 이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주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라덕연 전 대표 등 H투자컨설팅 업체에 돈을 맡긴 이들입니다.
H업체에 접촉한 이들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비롯한 증권 거래 계좌를 H업체에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자자들이 본인 명의 스마트폰과 신분증 등을 H업체에 맡기고, 이를 통해 H업체가 계좌를 개설해 운용한 식입니다.
금융감독당국은 H업체 직원들이 투자자 명의 스마트폰을 통해, 투자자 명의 계좌로 미리 정해놓은 시점과 가격에 따라 주식을 거래해(통정매매) 주가를 띄웠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송을 계획한 법무법인이 소송 근거로 포착한 것도 이 지점입니다. ‘투자 당사자는 CFD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계좌가 개설됐는지도 몰랐다’는 겁니다. 원앤파트너스는 “위험성이 큰 신용거래가 가능한 증권계좌를 개설할 때 당사자에게 직접 계좌 개설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계좌의 성격과 거래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도 하지 않은 증권사의 행태는 위법의 여지가 있다”며 “피해자들의 실질적 구제를 위해 증권사에 그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공지했습니다.
라덕연 전 대표 등 주가조작 일당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 이들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통정매매 사실을 모르는 채 투자금을 맡겼는데 이 과정에서 손실을 봤으니 책임을 묻겠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이 소송엔 180여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무법인 대건은 1차로 이날 오후 서울 남부지검에 투자자 60여명을 대리해 라덕연 전 대표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피해자’냐 ‘손해자’냐…배상 가능성은
두 경우 모두 간단히 요약하자면 투자자에게 손해가 났고,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가 지라는 겁니다.
라덕연 전 대표에 대한 소송은 한 사람당 투자로 잃은 평균 금액이 1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라덕연 전 대표에게 투자를 일임할 당시 주가 조작 가능성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그저 ‘대박 투자법’이 있을 것으로 봤다는 겁니다.
이들이 투자 손실에 대해 보상이나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일단 증권가에선 고개를 젓는 분위기가 우세합니다. 투자에 대한 손실 책임은 본질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게 근거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서 손실을 본 것을 ‘피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며 "투자자가 H업체에 거래를 일임해 세세한 주문 내역을 몰랐다해도 일임 투자 결정 자체가 투자자의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CFD 등 증권거래 계좌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증권 거래를 지원하는 증권사들은 법령과 내부 규정에 따라 각각 해당 상품의 거래설명서와 투자위험 고지서, 소비자의 이해여부 확인서 등을 두고 있습니다. 거래에 대해 투자자 본인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고 서명을 하는 칸도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때는 통상 스마트폰에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 본인확인도 합니다.
이 관계자는 "계좌 개설시 본인 확인을 제삼자가 했다면 명의 도용으로 처벌해야 할텐데 이번 경우는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거래 계좌 개설 여부를 본인이 몰랐다는 것은 투자자가 자신의 통장과 스마트폰을 ‘대포통장’, ‘대포폰’으로 제공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이 사태에서 H업체와 접촉한 이들을 ‘선의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투자 컨설팅업체에서 본인의 스마트폰과 신분증을 일단 맡기면 큰 돈을 만들어 준다는데, 이게 정상적인 투자 펀드일리가 없지 않은가”라며 “투자자들이 H업체의 주가조작까진 예상하지 못했더라도 정황상 통상적인 우량주 장기투자법으로 보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가조작 가능성 알았다면 피해자 아니라 공모자 될 수도
법조계의 시각도 어느정도 비슷합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당사자(투자자)들이 거래에 필요한 모든 개인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해 일임매매가 이뤄졌다”며 “투자 컨설팅업체나 증권사에 큰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투자자가 거래를 일임하는 과정에서 라덕연 전 대표가 통상적인 설명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입증할 수 있다면 피해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증권사가 계좌 개설 과정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에 대해 증권사의 책임도 일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라덕연 전 대표 등의 주가 조작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가'가 변수입니다. 공영걸 법무법인 시그니처 변호사는 "투자자가 투자 과정에서 주가 조작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있을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수익을 내기 위해 이를 묵인했다면 피해자가 아니라 공모자 혹은 방조자로 분류될 수도 있다"며 "수사과정에서 실체 관계가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일연 변호사는 “투자자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는 있겠으나 손배청구가 받아들여지려면 형사 사건에서 라 전 대표 등의 고의적 주가 조작 사실이 입증돼야 하고, 투자자가 라 전 대표 등의 사기 의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확인이 돼야 한다”며 “H업체가 통상적이지 않은 투자 방식을 활용했다면 과연 투자자가 주가 조작 정황을 전혀 몰랐을지에 대해 법원도 의문을 가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월급 200만원 '필리핀 이모님' 온다…정부·서울시 '파격 실험'
- "소개팅 첫 만남엔 남자가 '오마카세' 예약해야 하나요?"
- 아이돌 앞다퉈 입더니…10대 유튜버도 "3500만원 명품 언박싱"
- "3억 그냥 번다"…'로또 아파트'에 신혼부부 1165명 몰렸다
- "'더럽게 싼' 이 지역은행 주가, 두 배 오른다"
- '정윤정 욕설·유난희 고인 모독' 홈쇼핑 방송 논란 결국…
- "아들 옷 바꾸러 갔다가…" 美 한인 가족 참변에 기부 행렬
- 저 잘생긴 사람 누구?…찰스 3세 대관식서 화제된 男 정체
- '만삭' 안영미, 미국行…원정출산 논란에 "남편과 함께"
- 中, 美 반도체 보고서에 허찔렀다…데이터 해외 접근 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