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법 근거 소멸 초읽기…'시범사업'으로 일단 끌고간다

안정준 기자 2023. 5. 9. 09: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남=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의료진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팍스로비드 투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환자에게 처방을 할 수 있다. 처방전을 전송받은 약국은 약을 조제해 환자에게 배송한다. 2022.1.21/뉴스1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단계 하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곧 확진자 격리기간 조정 등 추가 방역완화가 시행된다. 이미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핵심 방역 의무가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체감상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위기 단계 하향에 따라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비대면 진료'의 향배가 관건이다. 일단 정부는 재진환자 중심의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후 코로나19 위기평가회의를 화상회의로 개최한다. 논의 안건은 '코로나19 위기 단계 하향'이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회의를 열고 위기 단계 하향과 관련된 구체적 방침을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중대본 회의는 이르면 이번주 열릴 전망이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등급이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는 것이 확정적이다. 지난 6일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WHO(세계보건기구) 긴급위원회 결과와 국내외 유행현황, 국내 방역·의료대응 역량, 주요국 정책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전문가 자문과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국내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조정 방안도 신속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향 방안을 신속히 확정한다는 질병청 계획에 전문가 자문위원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일 국가 감염병 전문가 자문 기구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관련 회의를 열었고 정기석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가 국내 방역상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현저히 감소했다"며 "의료 체계 안에서 (코로나19를) 관리하도록 전환하고, 온전한 삶에 다가가는 계획을 시행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중대본 회의를 통해 위기 하향이 확정되면 나타날 변화는 확진자 격리기간 단축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과 이에 따른 단계적 추진계획을 내놨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현재 7일인 확진자 격리 의무를 5일로 단축하는게 심각에서 경계로 위기단계가 하향될 경우의 방역 조정 핵심이었다. 입국 후 3일 내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하는 해외 입국자 대상 권고도 경계 단계 시 사라진다. 코로나19 확진자 검사를 위한 각 지역별 임시 선별검사소의 운영도 중단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이 같은 방역 조정이 가져올 체감상 변화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는계 의료계 중론이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대표적 방역 규제가 이미 사라진 상태여서다.

오히려 코로나19 3년간 익숙해진 비대면 진료가 법적 근거를 잃는다는 점이 더 큰 변화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현 수준의 심각 단계일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유지된다는 조건으로 시행됐고, 심각 단계에서 지난 3년간 시행돼 왔다. 3년간 비대면 진료를 받은 사람은 1379만명. 전 국민의 3분의 1이 비대면 진료의 편리함을 맛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상담 처방 진료를 받은 환자 또는 가족 500명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77.8%가 '비대면 진료 이용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일단 정부는 비대면 진료가 법적 근거를 잃게 될 경우를 대비해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의 당정 협의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 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사실 국회에서의 법제화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면 시범사업은 굳이 추진할 필요가 없는 '플랜 B'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감염병 단계가 내려가기 전 법제화가 되면 시범사업을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입법이 조속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제화는 의사와 약사 등 의료계 출신 의원들의 반발에 막혀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일단 정부는 재진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운영하는 것을 뼈대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의사단체등이 참여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재진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는 비대면 진료 이용자 대부분이 초진환자여서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로 허용할 경우 업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기 단계가 하향되면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 되니 하향에 맞춰 시범사업 안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국회와의 조율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