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대량 실종’ 막을 수 있는 가로수 찾아냈다…어떤 나무?
꿀벌이 대량으로 사라지는 상황이 국내에서 매년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꿀벌 대량 실종 사태’의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로 밀원수(꿀벌에게 꿀을 제공하는 나무)의 감소가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4대 가로수 중 하나인 ‘칠엽수’가 한국의 대표 밀원수인 아까시나무보다 더 많은 꿀을 꿀벌에게 제공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칠엽수를 가로수로 대량 식재하는 경우 꿀벌의 대량 실종 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립산림과학원 밀원자원연구팀은 칠엽수 1그루(나무 높이 15.7m, 사람 가슴 높이의 직경 61.5cm)의 꿀 생산량을 조사한 결과, 806g의 꿀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1㏊에 80그루의 칠엽수를 심는 경우 생산 가능한 꿀은 64㎏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는 같은 면적에 같은 수의 아까시나무를 심을 경우 생산되는 꿀의 양(38㎏)에 비해 1.7배 많은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국내에 있는 칠엽수의 개화 기간은 5월 3일부터 14일까지 13일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꽃 1개 당 개화 기간은 2.5일로 개화한 지 3일이 되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칠엽수의 꽃 1개가 분비하는 화밀(꽃꿀)은 평균 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개화 첫날에 가장 많은 0.61㎕의 화밀을 분비하며, 이후 2일 차에 0.26㎕, 3일 차 오전에 0.13㎕의 화밀을 각각 분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원 관계자는 “칠엽수의 개화 초기에 꽃잎의 중간에 꿀벌을 유인하는 역할을 하는 ‘밀표(蜜標, honey guide)’가 발달하고 화밀(꽃꿀)의 분비가 끝나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밀원식물 고유의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칠엽수는 칠엽수과에 속하는 낙엽수(활엽수)로 수형이 웅대하고 수려해 가로수는 물론 공원수·정원수 등으로 심기에 좋다. 하나의 작은 가지에 잎이 7개씩 생겨나서 ‘칠엽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나무는 30m 높이까지 자란다.
국내의 경우 공원 등에 일부 심기는 하지만, 가로수로는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칠엽수는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피나무, 느릅나무 등과 함께 세계 4대 가로수로 꼽힐 정도로 해외에서는 인기가 높은 가로수다.
나성준 산림과학원 연구사는 “관상적 가치와 밀원 가치를 동시에 지니는 다목적 수종인 칠엽수를 가로수와 공원수로 적극적으로 식재한다면, 양봉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칠엽수는 우리나라 어디에 심어도 잘 자라기 때문에 길가는 물론 공원이나 대학 등 학교의 정원에 적극적으로 심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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