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甲’ 박주민, ‘매일 라면’ 김남국, ‘흙수저’ 장경태…민주당의 가난 마케팅
“가난을 도둑맞았다.”
구멍난 운동화를 신고, “매일 라면만 먹는다” 등의 발언으로 자신의 ‘궁핍’을 홍보해온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거액의 코인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과거 ‘가난 코스프레’가 재조명되고 있다. ‘구멍난 신발 사진’의 원조 격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부터 찢어진 페라가모 구두의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 거지甲이란 별칭의 박주민 의원 등이 모두 민주당 출신이었다.
이 가운데 박 시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인 가구 평균 자산(5억6000만원) 이상을 훨씬 웃도는 재산을 보유했다. 궁핍을 정치인으로서의 마케팅 수단으로 지나치게 활용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지甲' 박주민 이어…‘매일 라면’ 김남국, ‘흙수저’ 장경태
김남국 의원은 2019년 한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팅’ 콘셉트로 촬영을 하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상대 여성의 질문에 “매일 라면만 먹는다. 그렇게 먹은 지 7~8년 된 것 같다”며 “거의 하루에 한 끼도 못 먹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파스타의 한 종류인 ‘까르보나라’를 주문하며 ‘까르보나’라고 말하며 외식에 서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코인 자산이 60억원 이상이었던 작년에도 후원금을 모금하면서 ‘돈이 없어서 호텔 대신 모텔 생활을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 가서 잔 적이 없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 이용한다. 작년 지방 선거 부산 지원 유세 때는 방 두 개 안 빌리고, 모텔에서 보좌진이랑 셋이서 잤다”며 후원을 거듭 부탁했다.
김남국 의원이 신고한 재산 총액은 15억3378만원(2023년 3월 31일 국회공보 기준)이다. ▷부동산 8억2000만원 ▷예금 4억5681만원 ▷정치자금 계좌 예금 2억3696만원 ▷사인 간 채권 2000만원 등이다. 여기에 코인 보유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초선 장경태 의원 역시 자신을 ‘흙수저’로 셀프 홍보해왔다. 장경태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인재육성 제1호 청년’으로 출마해 서울 동대문구에서 당선됐다. 당시 신고한 재산이 아버지 재산과 합쳐 총 2억8100만원이고 그 중 자신의 재산은 10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흙수저’를 자처했다. 그는 작년 4월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도 지역구인 동대문구 소재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오리지날 흙수저”라면서 “20대 삶은 창문 없는 반지하 고시원 인생이었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는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KBS는 공식 유튜브를 통해 장 의원의 가난을 홍보해줬다. 2020년 4월 당선인 신분이던 장 의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짠내 갑’ 노총각 경태씨. 금배지 단 이야기>라는 영상에서다.
영상에서 장 의원이 선거 운동을 끝내고 좁은 원룸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가난했던 과거를 회상하거나 “집이 어려워 2년이나 늦게 대학에 입학했고 3시간 수업 듣고 8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연을 전했다. 그는 “없이 사는 모습을 너무 다 보여줘서 결혼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심경도 드러냈다.
2021년 1월 1일 G1에서 방송된 ‘단박맨’ 영상에는 게스트로 장 의원이 출연해 김미려 MC 등 제작진에게 반지하 주택에서 생활 중인 모습을 소개하고, 만담을 나누거나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도 담겼다. 귀를 막은 채 앞 사람의 입모양만 보고 불러주는 단어를 맞추는 ‘고요속의 외침’ 방식 게임에는 ‘흙수저 의원’ ‘나는 짠내갑’ 등 단어가 등장했다.
장경태 의원의 재산은 국회 입성 2년여만에 7억233만원(작년말 기준)으로 늘었다. ▷토지 1억3193만원 ▷건물 2억9900만원 ▷자동차 612만원 ▷예금 3억819만원 ▷정치자금 계좌 예금 6113만원 ▷증권 1014만원 ▷채무 1억1420만원 등이다.
박주민 의원은 지지자들이 붙인 별명이 ‘거지갑(甲)’이다.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잠을 자는 등의 일화가 화제가 되면서다.
지지자들이 만든 홍보물에서 곽우유에 꽂은 빨대를 입에 문 채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에 ‘박주민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세요’라는 문구를 넣었다. 다른 홍보물에서는 박주민 의원이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들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를 응원하는 문구를 적은 사진을 넣기도 했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2017년 아예 ‘돈 달라는 남자’라는 타이틀로 후원금 요청 동영상을 올렸고, 48시간 만에 3억4858만원이 모여 한도 초과로 모금을 중지했다. 이후 2018년에는 ‘돈 달라는 남자 리턴즈’로 돌아와 “작년 정치후원금 정말 잘 썼다”며 “다시 한번 여러분들께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작년에 모아주신 후원금도 바닥이 났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6월 23일 다리가 부러진 안경을 착용하고 정책조정회의에 등장하기도 했다. 왼쪽 안경다리가 없는 안경을 한쪽 귀에만 아슬아슬하게 걸쳐놓은 사진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박 의원은 다음날 인스타그램에 해당 기사를 올리고 “어제 솔이랑 놀다 부러져서”라고 설명했다.
박주민 의원이 신고한 재산 총액은 15억2631만원(2023년 3월 31일 국회공보 기준)이다. ▷부동산 18억200만원 ▷자동차 425만원 ▷예금 1억447만원 ▷증권 27만원 ▷채무 3억8469만원 등이다.
◇떨어져 나간 구두 굽...12년 전의 故 박원순 서울시장
가난 마케팅의 원조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 꼽힌다.
해지다 못해 떨어져 나간 구두 뒷굽, 후줄근하게 늘어난 검은 양말. 박 전 시장의 이런 차림세를 2011년 사진작가 조세현 씨가 트위터 등에 올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당시였다. 당시 네티즌은 “안철수가 서울시장을 포기한 이유는? 박원순의 신발이 모든걸 말해준다”고 했고, 일부는 “오래 신어서 저렇게 떨어지진 않는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에는 ‘박원순 나무 문짝’이 키워드에 올랐다. 서울시장직에 출마한 박원순 전 시장이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선거캠프에 버려진 문짝을 재활용해 만든 테이블 3개를 놓은 것이었다. 캠프 내에는 이 테이블을 비롯해 폐목재를 쌓아 만든 평상 등 다양한 재활용 집기들이 등장했다. 유기홍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트위터에 “박원순 캠프 회의실의 회의 테이블. 문짝을 재활용한 것이다. 재벌 출신 후보캠프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원순씨 답다”라고 썼다.
지난 2018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강남북 격차를 해소하고 서민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며 폭염 속 삼양동 옥탑방 한달 살이를 체험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 전 시장에게 선풍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박원순 전 시장은 낮에는 업무를 보고 주로 밤에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주민들을 만났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은 당시 ‘서민 체험쇼’라는 논란이 일자 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댓글은 ‘대한민국 정치인 모두가 1년에 한 번씩 이런 쇼라도 했으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금보다는 응원을 했을 거다’ ‘이벤트도 매일 하면 생활이다. 일도 책임감도 애민 사상도 아무것도 없으면 쇼라도 하라’는 내용이었다.
박원순 전 시장은 2020년 3월 2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공고 기준 재산 신고액이 -6억9091만원이었다. ▷토지 7596만원 ▷자동차 2878만원 ▷예금 4745만원이 있었지만, 채무액이 8억4311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주로 지난 대선 출마 당시 자신의 가족사를 소개하며 ‘가난’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1월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 연설에서 가족들이 1976년 상대원으로 이사를 온 후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아버지는 시장 청소노동자, 어머니는 시장 화장실 관리, 자신은 공장 소년공으로 살았던 과거를 소개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연설 말미에 눈물을 닦으며 “이 참혹한 삶이 제가 어떤 곤경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라며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 서민의 삶과 이재명의 참혹한 삶이 투영됐다.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비슷한 시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웹자서전’을 연재하면서 자신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아버지가 성남으로 떠난 뒤, 어머니 혼자 우리 남매들을 키웠다”며 “어머니는 화전을 일구거나 남의 밭일을 해주고 좁쌀, 보리쌀을 받아왔다. 그 보리쌀도 자주 부족해 겨를 얻어다 겨떡을 쪄먹었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이어 “먹기 힘든 음식이었지만 맛있는 표정으로 열심히 씹어 삼켰다”며 “목구멍 따갑다고 투정부리는 동생들에게는 흘겨보는 것으로 눈치를 줬다”고 했다. 그는 또 “크레파스나 도화지 같은 준비물을 학교에 챙겨간 적이 없다”며 “아이들이 산과 들로 특활을 나가면 크레파스도, 도화지도 없는 자신은 홀로 교실에 남아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성적표 행동란에는 ‘동무들과 사귐이 좋고 매사 의욕이 있으나 덤비는 성질이 있음’이라는 평가가 달렸다며 “(덤비는 성질은) 무턱대고 도전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며 “가난 때문에 더 빨리 자랐고 더 빨리 세상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가난이 죄가 아닐진대 가난하다고 겪어야 했던 부당함이 있었다”며 “어린 마음에도 부당한 일을 당하면 예민하게 반응했던 듯 하다. 덤벼야 지킬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의 재산 총액은 34억4785만원(2023년 3월 31일 국회공보 기준)이다. ▷건물 21억3100만원 ▷자동차 349만원 ▷예금 7억5794만원 ▷정치자금 계좌 예금 5293만원 ▷사인 간 채권 5억500만원 ▷채무 2251만원 ▷콘도 회원권 2000만원 등이다.
◇낡은 가방 김상조, 각종 의혹으로 역풍도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 30년된 낡은 가방을 들고 와 ‘물욕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상조 전 실장에게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한 후 특유의 낡은 가방을 살펴보면서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김상조 전 실장을 두고 과거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막차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고 밥도 주로 학교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등 근검한 절약이 몸에 밴 생활을 했다는 목격담까지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 의혹과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며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2021년에는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소유 청담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1% 올리는 계약을 한 것이 논란이 돼 결국 경질됐다.
김상조 전 실장의 재산 신고액은 23억4239만원(2021년 3월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공고 기준)이었다. ▷토지 6422만원 ▷건물 17억5130만원 ▷자동차 1621만원 ▷예금 14억7317만원 ▷증권 747만원 ▷채무 9억7000만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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