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포르노 같다” 비난 받던 파리 미술관 작품에 ‘페인트 테러’

‘아동과 성인 성관계 묘사’ 비판받던 작품 '망할 관념!'에 보라색 페인트 뿌린 남성 경찰 연행
마크롱 “기물 파손 규탄. 예술작품 겨냥은 우리 가치에 대한 공격” 맹비난

르몽드 캡처

 
프랑스 수도 파리에 있는 한 미술관에서 유명 작품이 ‘페인트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해당 작품이 ‘소아 성애’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페인트를 끼얹었다.

AFP 통신, 일간 르몽드 등 현지 언론이 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수난 당한 작품은 팔레 드 도쿄에서 지난 2월부터 전시 중인 스위스 출신 화가 미리암 칸의 ‘망할 관념(Fuck Abstraction)!’이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문제의 남성은 전날 오후 3시30분쯤 이 작품에 보라색 페인트를 뿌렸고, 곧바로 경찰에 연행됐다.

그는 해당 작품이 ‘아이와 성인의 성관계’를 묘사한 작품이라는 이유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작품은 ‘등 뒤로 손이 묶인 작은 사람이 거대하고, 얼굴이 없으며, 힘이 센 남자에게 강제로 구강성교를 당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그런데 ‘손이 묶인 작은 사람’이 아동을 연상케 해 아동 인권단체의 비난을 받아왔다. 이들 단체는 문제의 작품이 ‘아동 포르노’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전시 중단을 요구했지만,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인 국참사원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칸은 이 작품에 관해 “반인륜적 범죄인 강간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작품을 전시한 미술관 측도 작품 속 ‘작은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는 화가의 주장을 지지했다.

다만 미술관 측은 해당 작품이 걸려 있는 공간에 미성년자는 성인이 동반해야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한편 ‘페인트 테러’ 소식을 접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유의 승리를 축하해야 하는 날(유럽 전승 기념일), 팔레 드 도쿄에서 발생한 기물 파손을 규탄한다”며 “예술 작품을 겨냥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맹비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