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사기와 배임 의혹 점점 짙어지는 SG사태 [핫이슈]
장박원 기자(jangbak@mk.co.kr) 2023. 5. 9. 09:39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주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 등을 고소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가조작 세력이 애초 투자금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의도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다. 휴대폰을 받자마자 피해자들 모르게 대출을 받아 투자한 것은 사기·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검찰은 이미 라 대표에게 돈을 맡겼던 고액 투자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라 대표에게 자신 명의의 휴대폰과 계좌 등을 넘기고 투자를 일임했다. 이들 중에는 연예인과 기업인 등 유명 인사가 적지 않다. 이들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투자금을 맡겼다. 일단 참고인 신분이지만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사고파는 통정거래나 시세조종 등 불법거래를 사전에 인지했다면 피의자로 전환될 소지도 있다. 라 대표와 주변 인물은 투자 수익금 일부를 온라인매체 등을 통해 수수료 명목으로 넘겨받아 돈세탁을 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SG사태는 피라미드 사기와 구조가 비슷하다. 치고 빠지는 단순 시세조종이 아니라 누가 주가 조작 주도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더욱이 주가조작 세력은 2020년부터 3년에 걸쳐 여러 사람을 다단계식으로 끌어모아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파생상품을 악용하는 신종 수법을 쓴 것도 금융당국과 검찰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SG사태를 일으킨 작전 세력은 차액결제거래(CFD)계좌를 활용해 시세를 조정하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CFD는 현물주식 보유없이 가격 변동분에 대해 차액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현물 가격의 40%만 증거금으로 내면 2.5배까지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다. 이는 피해액이 커진 이유이기도 하다.
주가조작 같이 자본시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거래 사건은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법원 판결이 나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범죄 부당 이득액을 산정하는 일도 쉽지 않고 책임을 입증해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제도의 허점을 노린 기발한 수법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반복되는 주가조작 범죄를 근절하기 힘든 요인이다. 많은 범죄자가 실형을 면하는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질서를 흔들고 선량한 투자자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악질 범죄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주가조작 세력을 엄하게 처벌하는 법안 도입이 시급하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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