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韓 연주자, 1000만명 지켜본 英 대관식 공연…"가슴벅찬 영광"
20대 한국인 바이올린 연주자가 영국 국왕 대관식을 기념해 윈저성에서 열린 콘서트에 뽑혀 참여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콘서트는 찰스 3세 부부와 윌리엄 왕세자 가족 등 왕실 인사들과 관중 약 2만명 모인 가운데 윈저성 잔디밭에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다음 날인 7일(현지시간) 대관식 콘서트에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윤서빈(캐서린 윤·25)의 연주가 울려 퍼졌다. 영국 유명 음악학교인 '왕립음악대학'(Royal College of Music)의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그는 이날 대관식 콘서트에서 현악 4중주단(콰르텟) 중 제1 바이올린을 맡아 연주했다.
윤서빈 바이올리니스트는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역사적인 영국의 대관식 콘서트에 한국인으로서 뽑혀 설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윤서빈은 "현장 분위기가 뜨겁고 다들 기분이 좋아 보여서 신났다"며 "국왕 등 왕실 가족들의 멋진 자리와 행사장을 꽉 채운 관중을 보니 가슴이 벅찬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대관식 콘서트는 1천년 역사를 담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대관식 후에 현대적이고 즐거운 행사로 축제 분위기를 띄운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영국 전역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서 감상했다. 사회자는 약 100개국에서 이날 콘서트를 본다고 말했고, 시청자 숫자는 평균 1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윤서빈 바이올리니스트는 영국 왕실과 연계된 예술기관들이 대관식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합동으로 마련한 공연의 무대에 올랐다. 그와 같은 영국 '왕립음대' 학생들로 구성된 현악 4중주단은 무대 앞쪽에 자리를 잡고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음악 중 '섬웨어'를 약 4분간 연주했다.
첼로 연주자가 먼저 활을 켜면서 화면에 등장했고 이후 약 1분간 현악 4중주단이 단독으로 곡을 이끌어 갔다. 이어 오케스트라가 동참했고 로열 오페라의 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다.
로열 발레단의 남녀 무용수와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남녀 배우는 이에 맞춰서 무대 중앙에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했다. 무대 배경은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담당했다. 이날 연주엔 특별히 찰스 3세가 예전에 쓰던 첼로가 사용됐다.
윤서빈은 "3월 말쯤에 대관식 콘서트 연주자가 됐다고 들었을 때 깜짝 놀라고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엔 5월 7일에 연주할 수 있냐고만 물어서 그렇다고 했는데 1주일 뒤에 대관식 콘서트라고 통보해줬다"며 "가족들에게 말하니 처음엔 못 믿고 장난인 줄 알더라"라며 웃었다.
윤서빈은 또 "너무 크고 의미가 큰 무대라 실감이 나지 않아서인지 전혀 긴장되지 않았고 즐겁게 연주하고 활짝 웃으면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찰스 3세가 예전부터 우리 학교의 후원자여서 2019년에도 윈저성에서 공연하고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와 만나 인사한 적도 있다"며 "무척 유쾌하고 농담을 잘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윤서빈은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는 전에 같이 연주해본 적이 없었다"며 "4월 말에 처음 맞춰보고 5월 2일에 한 번 더 만났으며 4일에 윈저성에 가서 오케스트라를 맞춰보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는 "6일에 전체 리허설을 하고 다 같이 주변 호텔에서 묵은 뒤 7일에 콘서트를 하는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윤서빈 바이올리니스트는 1998년 한국에서 태어난 뒤 6살에 바이올린을 잡았고 10살 때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옮겨왔다. 12살 때 예후디 메뉴인 학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연주자의 길에 들어섰다. '영국왕립음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사 4년을 마치고 지금은 석사 2년차이며, 올해 가을엔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으로 진입한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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