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천체 안엔 바다가 있다…천왕성 4개 위성도 유력
목성·토성 얼음위성 이어 가능성 높아
얼음 표면층 아래에 수십km 깊이 추정
과학자들은 목성, 토성 등 태양계 거대 외행성이 거느리고 있는 얼음 위성의 얼음표면층 아래에 대체로 액체 바다가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액체 바다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심부에서 분출되는 열이 두터운 얼음층에 의해 보존되면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지구 남극대륙의 두터운 얼음층 아래에 미생물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이런 추론을 뒷받침해주는 증거 가운데 하나다.
목성의 4대 위성 중 3개(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토성 위성 타이탄과 엔셀라두스,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 등이 이런 얼음위성에 속한다.
유럽우주국이 최근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주스를 발사하고, 나사가 내년에 목성 위성 유로파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 2027년에 토성 위성 타이탄 탐사선 드래곤플라이를 발사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얼음위성 탐사 목록에 천왕성의 얼음위성들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과학자들이 천왕성의 얼음위성들에 액체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다.
지구의 4배 크기인 태양계의 7번째 행성 천왕성에는 27개의 위성이 있다. 천왕성은 지구보다 훨씬 크지만 위성들은 지구에 비하면 매우 작다. 가장 큰 것이 지름 1580km로 달의 반에도 못 미친다.
처음엔 깊이 100km 넘었을 듯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1986년 보이저2호 우주선이 천왕성을 근접비행하면서 관측한 데이터를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다시 분석한 결과, 천왕성의 5대 위성 중 미란다를 제외한 4개 위성의 중심 핵과 얼음 지각층 사이에 수십km 깊이의 염도가 높은 액체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공개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에 발표했다. 모델링에는 목성과 토성의 얼음위성에 대한 관측 자료도 이용했다.
연구진이 바다 존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4개 위성은 아리엘, 움브리엘, 티타니아, 오베론이다. 연구진은 아리엘과 움브리엘의 바다는 깊이가 30km 미만, 티타니아와 오베론의 바다는 깊이가 50km 미만일 것으로 예상했다. 천왕성과의 거리는 아리엘 19만km, 움브리엘 26만6000km, 티타니아 43만6000km, 오베론 58만3000km 순이다.
이 가운데 천왕성 최대 위성인 티타니아(지름 1580km)는 이전부터 내부에 열이 보존돼 있어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과학자들은 하지만 다른 위성은 바다를 유지할 만한 열을 보존하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다고 생각했었다.
연구진이 새로운 모델링을 적용한 결과 4개 위성의 표면은 내부의 열을 빼앗지 않을 만큼 단열 상태가 좋았다. 또 암석 맨틀에서 뜨거운 액체가 나오고 있으며, 이는 바다를 유지할 만큼 따뜻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특히 티타니아와 오베론의 바다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위성들의 바다는 처음엔 깊이가 100~150km에 이를 정도로 매우 컸지만 목성이나 토성보다 질량이 훨씬 적은 천왕성의 조석가열이 상대적으로 약해, 지금은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추정했다. 조석가열이란 행성과 위성의 중력과 자전 및 공전 에너지가 상호작용하면서 조석(밀물과 썰물) 현상을 일으켜 그 마찰 에너지로 인해 위성 내부에 열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암모니아와 염분이 부동액 역할
또 연구진이 망원경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리엘의 표면에는 비교적 최근에 땅속 얼음 화산에서 흘러나온 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5대 위성 중 가장 작고 안쪽에 있는 미란다의 표면도 최근에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지형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미란다 역시 한때 바다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열을 보유하고 있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그러나 미란다는 열을 매우 빨리 잃어버려서 오래전에 물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위성 내부의 열뿐 아니라 바다에 풍부하게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암모니아와 염화물도 액체 바다를 유지시켜주는 요인으로 꼽았다. 암모니아는 부동액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물 속에 있는 염분도 부동액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천왕성 위성에 있는 바다에는 물 1리터당 약 150g의 소금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유타의 소금호수 `그레이트 솔트레이크'는 이보다 염도가 두배나 높지만, 여기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줄리 카스티요-로게스 박사(행성과학)는 “과학자들은 이전에도 천체 크기가 작아서 바다가 있을 것같지 않은 왜소행성 세레스와 명왕성, 토성 위성 미마스에서 바다가 있다는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며 “천왕성 위성에서 바다를 발견한다면 바다는 우리 태양계에 흔한 현상이며, 다른 태양계에도 바다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의 자문기구격인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의 ‘행성과학과 우주생물학 10년 조사 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2023~2032년 우주탐사 프로그램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추진할 대형 우주탐사 프로그램의 1순위로 천왕성 탐사선(UOP)을 권고했다. 이번 연구는 천왕성 탐사에 대한 명분을 한 가지 더 추가한 셈이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29/2022JE007432
Compositions and Interior Structures of the Large Moons of Uranus and Implications for Future Spacecraft Observations.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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