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콘텐츠·든든한 팬덤… 대세 떠오른 시즌제 드라마
‘무늬만 속편’ 느낌 시청자 외면
지금은 검증된 지식재산권 활용
낭만닥터 김사부 · 구미호뎐 등
전작 배우·인기 그대로 이어가
‘쪽대본’ 난무하던 한국 드라마
글로벌 OTT 개방에 철퇴 맞아
사전 제작으로 완성도 높지만
전작 배우 출연료 상승은 부담
시즌제 드라마가 방송가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방송사들이 이야기의 흐름과 연속성을 중시해 시즌제 편성을 꺼리던 불과 몇 년 전 상황과는 딴판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시즌제 외국 드라마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국내 작품 중에서도 성공 사례가 늘며 성공한 지식재산권(IP)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시즌제 드라마는 OTT와 지상파, 케이블채널을 가리지 않고 하나의 성공 방정식으로 각인되고 있다.
◇‘무늬만 속편’은 가라… 기존 배우 대거 참여
지상파가 시즌제 콘텐츠를 처음 시도한 것은 18년 전. 당시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논스톱’ ‘하이킥’ 등 주로 시트콤이 시즌제로 소개됐다. 시트콤은 편마다 완결성을 갖는 옴니버스 구성이기에 상대적으로 시즌제에 대한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적었다. tvN의 경우, 채널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던 2007년 역시 시트콤 성격이 짙은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즌제로 론칭했고 2019년 시즌17로 마무리됐다.
드라마의 경우, ‘궁S’ ‘종합병원2’ 등이 전작의 성공에 기대 속편이 제작됐으나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우니 속편 제작 의지 역시 약했다. 하지만 이야기 설정만 그대로 뒀을 뿐, 출연 배우는 대부분 바뀌었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도 ‘무늬만 속편’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최근 소개되는 시즌제 드라마의 양상은 달라졌다. 지난 4월 최고 시청률 21%(닐슨코리아 기준)로 막을 내린 SBS ‘모범택시2’는 이제훈, 표예진, 김의성 등 시즌1의 주역들이 고스란히 참여했다. 그 배턴을 이어받아 방송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는 2016년 시즌1이 방송된 후 어느덧 3번째 시즌을 맞았다. 타이틀롤을 맡고 있는 한석규를 중심으로 시즌2에 참여했던 안효섭·이성경을 비롯해 세 시즌을 함께한 임원희·진경·변우민이 건재하다. 이 드라마가 가장 성공한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로 손꼽히는 것에 대해 한석규는 “이 작품이 올해로 만 6년이 넘어 7년째인데, 제 인생의 10분의 1 정도가 되는 거더라. 정말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tvN에서 지난 6일 첫 방송을 탄 ‘구미호뎐 1938’ 역시 2020년 방송된 ‘구미호뎐’의 두 번째 시즌이다. 투톱 주인공인 이동욱과 김범이 다시 참여했고, 2회 만에 전국 시청률 7.1%를 기록하며 시즌1 최고 성적을 뛰어넘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tvN은 ‘경이로운 소문2’ ‘아스달 연대기2’ 등도 준비 중이다. tvN 관계자는 “시즌제로 제작된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팬덤을 확보한 IP라는 의미”라며 “시즌제를 원하는 시청자, 기존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제작진, 시즌제 드라마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배우들이 의기투합하며 최근 몇 년 사이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하는 시도와 성공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검증된 IP를 활용한 성공 방정식… 상승한 개런티는 부담
그동안 시즌제 드라마 제작을 꺼리던 이유로 방송사 관계자들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다수 시즌제 드라마는 사전 제작되는데, 이는 제작과 편성이 동시에 진행되던 한국 드라마 시장의 관행에 어긋난다. 시청자 반응을 살피면서 대본을 수정하는 것을 ‘운용의 묘’라고 합리화하지만, 결과적으로 쪽대본이 난무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 OTT 개방은 이런 한국 드라마 시장에 철퇴를 가했다. ‘왕좌의 게임’ ‘하우스 오브 카드’ ‘그레이 아나토미’ 등 단단한 서사와 영화 못지않은 영상미를 자랑하는 외국 드라마들이 사전 제작된 후 시즌제로 공개되며 한국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한껏 끌어올렸다. 여전히 넷플릭스는 모든 드라마를 사전 제작한 후 한꺼번에 시즌 전체를 공개한다. 한 중견 매니지먼트 대표는 “사전 제작 드라마는 촬영 스케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배우 입장에서는 캐릭터를 준비하기도 수월하고 차기작 결정 시기도 조율할 수 있다”면서 “이렇듯 OTT를 중심으로 완성도 높은 사전 제작 드라마에 대한 배우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상파 등 국내 방송사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은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보장된 IP를 활용한 시즌제 드라마 제작도 활발해졌다. 넷플릭스에서 K-콘텐츠 성공시대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받는 ‘킹덤’은 총 3개 시리즈로 제작됐고, 올해는 군무이탈 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 ‘D.P.’와 한국형 크리처 물인 ‘스위트 홈’의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된다. 역대 넷플릭스에서 소개된 콘텐츠를 통틀어 누적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 역시 올해 연말 시즌2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치솟는 제작비는 제작진 입장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성공한 시즌제 드라마에 출연하는 이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인지도와 몸값이 크게 상승한다. 이 때문에 기존 출연진과 제작진을 그대로 기용하기 위해서는 상승한 개런티를 감당해야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에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즌제까지 검토하고 있는 유인식 PD는 “시즌 2, 3가 제작된다는 것은 만드는 사람으로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적으로는 맞춰나가야 할 게 많아서 구체적으로 얘기하지는 않는다”면서 “‘다음 시즌을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만들지는 않는다. 배우 모든 분의 마음이 맞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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