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한일 회담 "미국에게 고무적"…한국에게는?

남승모 기자 2023. 5. 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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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이어 52일 만에 기시다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를 찾음에 따라 한일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국내적으로는 비판이 거센 상황입니다. 뉴욕타임스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고 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야당 지도자를 비롯해 많은 한국인이 요구한 분명하고 직접적인 사과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과거사 문제가 언제든 양국 관계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여전히 논란이 많은 상황이지만 어쨌든 2011년 과거사 문제로 빚어진 한일 간 갈등은 형식적으로나마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가장 빠르게 호응하고 있는 건 바로 미국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하고 원칙이 있는 일본과의 외교적 결단에 감사하다"며 직접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과거의 불만을 뒤로하고 더 협력할 것을 한일 양국에 촉구해 온 미국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신호"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한미일 협력 속도 내는 미국…MD 체계 강화 목표?

미국 국무부 건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날, 미국은 휴일임에도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이 트위터를 통해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밀러 대변인은 "일본과 한국의 동맹인 미국은 한일 정상회담 소식을 환영한다"면서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 발전을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론적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간 미국이 한일 간 화해를 그토록 독려해 온 점을 고려하면 단순 환영 이상의 의미로 봐야 합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쿄와 서울이 더 긴밀해질수록 미국과의 미사일 방어도 더 통합적이고 실시간으로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서 "이는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동맹의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일 간 관계 개선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더욱 고도화시켜 한미일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란 취지인데, 사실 중국 견제의 경우, 우리나라보다는 미국 측 관심사라고 보는 게보다 솔직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대로라면, 미국은 한미일 협력을 통해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미국의 미사일 방어, MD(Missile Defense) 개념은 미국 전역을 방어할 수 있는 국가 미사일방어(National Missile Defense) 체계와 세계 각지에 배치돼 있는 미군과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전구 미사일방어(Theater Missile Defense) 체계를 융합한 '확장된 NMD'를 의미합니다. 이는 2002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확립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 중인 개념으로, ICBM 공격에서 미 본토를 방어하는 한편 지역적 차원에서 단·중거리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군과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개념인 셈입니다.

한미일 협력에 중국 반발 우려…제2 한한령?


하지만 중국은 지난 2016년 7월 북한 핵과 미사일 방어용으로 배치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놓고도 거세게 반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중국은 자국 내 한국 콘텐츠를 사실상 금지하는 '한한령'으로 보복 조치했고 이후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우려해서인지, 우리나라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에도 미국의 MD 체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확장 억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요구할 경우 우리나라가 무조건 발을 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또 꼭 미사일 방어체계가 아니더라도 한미일 협력은 그 자체로 중국에게는 불편한 일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타이완 관련 원론적 발언에도 중국이 발끈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입니다. 북한도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거칠게 반응할 게 뻔합니다. 억지력 강화 측면에서만 보자면 문제 없겠지만, 중국과의 교류, 또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할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닙니다.

오는 19일부터 일본에서 G7 정상회의가 개최됩니다. 이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인데 한일 간 상호 방문으로 정지 작업이 끝난 만큼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3국 간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낼 걸로 보입니다. '동맹인 미국', '가깝고도 먼 일본'과 협력은 강화하면서도 중국,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정부 앞에 놓여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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