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실용위성 싣고 우주로… 궤도 700㎞→550㎞ 낮춰 위성 임무 최적화[10문10답]
1·2차, 모사체 등 실은 시험비행
이번엔 차세대 소형위성 2호에
큐브 위성 등 총 8기 실전 비행
우주 방사선 관측 등 임무 수행
탑재위성 태양빛 항상 받도록
‘여명·황혼 궤도’로 목표 설정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운영 참가
4∼6차 발사 누리호 공동 제작
10년간 2조 투입 발사체 고도화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최초의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24일 3번째 발사에 나선다. 2021년 10월 1차 발사, 2022년 6월 2차 발사의 시험 비행과는 달리 이번에는 실용위성 8기라는 실제 ‘손님’을 태운 최초의 실전 발사다. 전체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KARI)은 3차 발사를 앞두고 최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준비 상황과 발사체 현황, 탑재 위성 제원 등을 공개했다. 올해까지 1∼3차 발사를 주관한 항우연과 함께 이번에 처음 참관한 민간 우주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5년부터는 4∼6차 세 차례 발사의 주도권을 점진적으로 넘겨받게 된다.
1. 3차 발사는 무엇이 다른가
첫째, ‘고객’을 실은 실전(實戰) 발사라는 점이다. 우주 비행기, 즉 발사체에 탄 승객을 ‘유료 화물(payload)’이라 한다. 1차 발사는 위성 모사체(dummy)만 싣고, 2차 발사 때는 모사체와 성능검증용 위성인 큐브 위성 4기(機)만 싣고 하늘로 날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 고객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비롯해 큐브(cube·초소형) 위성 등 총 8기의 실용위성을 탑재하고 쏜다. 그래서 이들의 임무에 맞춰 1·2차 발사와 다르게 목표 궤도를 지상 700㎞에서 550㎞로 낮췄다. 발사 시각도 기존 오후 4시에서 6시 24분으로 144분 늦췄다.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주 탑재위성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태양광 발전에 꼭 필요한 태양 빛을 항상 받을 수 있도록 이른바 ‘여명·황혼 궤도(dawn-dusk orbit)’에 올리기 위해서다. 모든 발사 준비작업이 고객인 위성 위주로 설정됐다. 둘째,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 발사에 참여해 제작 총괄 관리, 발사 공동 운용 역할을 수행한다. 발사체 설계 및 제작, 발사 운용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2. 이번에 우주 궤도로 올라갈 위성들은 무슨 일을 하나
주 탑재위성인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의 차세대 소형위성 2호(NEXTSAT-2)는 영상 레이다(SAR)를 탑재하고 2년 동안 근(近)지구궤도에서 우주방사선 관측 등 과학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부 탑재위성인 한국천문연구원(도요샛 4기), 루미르(Lumir-T1), 져스텍(JAC), 카이로스페이스(KSAT3U) 등 큐브 위성 7기는 지구 관측과 우주방사선 측정, 우주 쓰레기 경감기술 실증, 근 지구 우주 공간 플라스마 미세구조 변화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3.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과정은
3단 로켓으로 구성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머리 부분(3단) 맨 앞에 주 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얹고 그 아래 양옆으로 7기의 큐브 위성을 배치한다. 발사체가 지상을 떠난 지 783초 후 목표 궤도에 도달하면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분리 장치의 작동을 통해 로켓에서 떨어져 나가고, 큐브 위성들도 20초 간격으로 발사관(Deployer)에서 흡사 어뢰처럼 사출된다. 궤도 진입과정에서 위성 간 상호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누리호 3차 발사에 실린 위성들은 차세대 소형위성 2호 180㎏, 큐브 위성 7기 60㎏, 위성 사출 장치 및 어댑터 264㎏ 등 총 504㎏에 불과하다. 2차 발사 때는 1t급 이상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테스트로 질량 모사체를 실어 무게가 1500㎏에 달했다. 이번에 화물이 3분의 1 규모로 가벼워진 셈이다.
4. 주 위성의 상세 임무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에 장착된 주장비인 해상도 5m, 관측 폭 40㎞의 X-대역 영상 레이다는 광학 카메라와 달리 빛과 구름의 영향을 받지 않아 주야간과 악천후에도 지상 관측이 가능하다. 마이크로파를 지상으로 쏜 뒤 돌아오는 반사파를 수신한 다음 이를 영상으로 만든다. 극지연구소는 이를 활용해 한파, 장마 등 한반도 이상기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북극 해빙(海氷)의 변화를 탐지한다. 북극은 구름이 많고 연중 절반이 극야라서 레이다 영상이 필수다. 국립공원공단은 산림보호지역의 고지대 침엽수 고사 증상과 생태 변화를 연구할 계획이다. 또 영상 분석으로 추출한 산림지역 탄소 흡수량을 현장 조사 측정치와 비교해 정밀도를 높이는 실험도 한다. 해양경찰청은 유류 유출 등 해양 환경오염을 감시하는 한편, 항로 주변의 해상풍 풍속·풍향 등 기상과 파랑(波浪) 정보를 산출할 수 있을지 테스트할 방침이다.
5. 나머지 7기의 큐브 위성은 무슨 일을 하나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위성 4기는 지구 자기장 등 우주 날씨의 예·경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관측에 투입한다. 입자 검출기로 오로라를 발생시키는 고에너지 전자를 포착하고, 위성통신과 GPS 신호 교란의 원인이 되는 전리권(電離圈) 플라스마 버블도 관측할 예정이다. 도요샛은 특히 무게 10㎏의 나노급 위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편대 비행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밖에 루미르의 우주방사능 검출기, 져스텍의 광학 탑재체, 카이로스페이스의 편광카메라도 고유의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 위성은 고장 또는 임무 종료 시 우주궤도 이탈(deorbit) 장치 자동 작동 → 대기권 진입 → 연소 소멸의 과정을 거쳐 우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기술도 실증할 계획이다.
6. 이전 1·2차 발사의 의미는
1차 발사(2021년 10월)와 2차 발사(2022년 6월)는 이번 3차 발사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실용급 위성을 제 궤도에 정상적으로 올려놓기 위한 시험 비행(test flight)의 성격이었다. 1차 발사에서 발사체가 목표 궤도인 지상 700㎞에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3단 로켓이 46초 일찍 꺼지는 바람에 위성 모사체를 정상 궤도에 올리지 못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됐다. 2차 발사에서는 위성 모사체와 성능검증용 위성이 700㎞ 목표궤도에 분리 안착해 세계에서 7번째로 1t급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 선진국으로 등극했다.
7. 왜 자꾸 발사를 반복하나
첫째, 고객인 우리나라 연구기관·대학·업체들이 개발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주는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이번이 마지막 발사이지만 2025년 차세대 중형위성 3호, 2026년 초소형 위성 2∼6호, 2027년 초소형 위성 7∼11호 고객들을 궤도에 올려주는 발사 수요가 기다리고 있다. 둘째, 발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주 발사체는 초고도 기술의 집약체로, 반복 발사 운용을 통해 발사 프로세스를 최적화·안정화하는 과정이 필수다. 반복 발사하면서 실패에서 기술적 오류를 극복하고 점차 고성능·고신뢰 발사체로 완성해나간다.
8. 앞으로 몇 번 더 쏘나
정부는 2022∼2027년 총 6년간 국비 6873억8000만 원을 투입해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진행한다. 이번 3차 발사부터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항우연이 선정한 민간 체계종합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 준비와 운영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향후 4∼6차 세 차례의 발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3기를 항우연과 공동 제작하며 점차 숙련도와 공정 효율성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화 측은 순천에 우주발사체 단(段) 조립장을 자체 건설 중이며, 궁극적으로는 항우연으로부터 발사체 설계 노하우 등 기술이전까지 받을 예정이다.
9. 한국 우주발사체의 미래는
누리호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총 2조132억4000만 원을 들여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을 고도화 사업과 겹쳐서 진행한다. 국가 주도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과 이를 민간기업에 순조롭게 넘겨주는 것까지가 1세대 발사체의 미션이라면 차세대 발사체는 대형위성과 우주탐사 등 보다 진전된 선진국형 국가 발사 수요에 응하기 위함이다. 재사용 발사체의 재점화, 추력 조절 기능이 가능한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 2단형 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경제적 경쟁력이 있는 진정한 상용 발사체의 출발인 셈이다.
10. 향후 한국의 우주 개발은
누리호의 성공은 길게 보아 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의 실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우주항공 분야에서 긴밀하게 상호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2021년 세계 10번째로 가입했던 미국 주도의 달·우주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약정에서 더욱 주도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2022년 8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발사체를 이용해 달 궤도선 ‘다누리호’를 보내는 것으로 독자적인 달 탐사를 시작했다. 더 길게는 2030년대에 한국형 차세대 발사체를 이용해 달 착륙선까지 보내는 게 큰 목표다. ‘한국판 아폴로 계획’의 문이 열릴지 주목된다. 한국형 달 궤도선(KPLO·Korean Pathfinder Lunar Orbit) 다누리호는 작년 말 무사히 임무궤도에 안착해 달 지표 100㎞ 상공에서 올해부터 1년간 과학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달 궤도선은 미국 발사체에 실려 날아가지만, 달 탐사 2단계(달착륙선) 사업은 한국형 발사체로 해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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