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 대표라면 국민의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

민영빈 기자 2023. 5. 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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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윤리위원회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명료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에서 이른바 '주어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여당에서 답해야 한다고 한 부분'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지만 김 대표는 당대표실로 이동하면서 "잘 모르겠다", "처음 듣는 얘기", "제가 대변인은 아니지 않나" 등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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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윤리위원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징계 절차 등 오해가 우려된다고 했는데.” (취재진)

“(공지로) 설명한 걸로 갈음하시죠. 뭘 또 설명하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징계 관련 오해가 우려된다고 했는데 어떤 오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취재진)

“……. 또 다른 질문 있으신가.” (김 대표)

“주말 사이 김재원 최고위원 페이스북에서 반대 서명 링크 공유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취재진)

“…….” (김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윤리위원회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명료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질문은 없는지 반문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대표의 ‘대답 회피’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2일에는 태영호 최고위원의 녹취록 보도로 불거진 대통령실 당무 개입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김 대표는 토론회 축사를 마치자마자 미리 대기해놓은 차량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취재진들은 김 대표를 쫓아가면서 계속 질문을 던졌다. 그제서야 김 대표는 “태영호 의원이 부풀렸다고 그랬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이 (사실이) 아니라고 그랬다” 등 ‘태 의원의 입을 빌린’ 발언만 남겼다.

답하지 않으려는 김 대표와의 ‘질의응답 추격전’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김 대표가 취재진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대기하는 장소가 아닌 반대쪽으로 이동해 취재진들이 뛰어가 질문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에서 이른바 ‘주어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여당에서 답해야 한다고 한 부분’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지만 김 대표는 당대표실로 이동하면서 “잘 모르겠다”, “처음 듣는 얘기”, “제가 대변인은 아니지 않나” 등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는 제1 야당 수장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대하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와 관련된 질문에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민형배 의원 복당 관련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질문하는 취재진들을 뒤로 한 채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이동하는 바람에 이 대표의 답을 듣기 위한 추격전도 이어졌다.

여기에 이 대표는 ‘동문서답 화법’으로 질문의 본질 흐리는 적도 많다. 지난 3일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탈당하자, 이 대표는 “본인들의 결단”이라고 짧게 말한 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녹취록 문제는 어떻게 돼 가나.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이던데”라고 반문했다.

이전에도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돈 봉투 의혹에 대해 묻자 국민의힘 소속 김현아 의원과 박순자 전 의원 수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김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박 전 의원은 시의원 공천권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여야 대표의 공통된 ‘질문 회피’ 모습은 정당 대표로서의 권리만 갖고 의무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 대표는 정당의 수장(首長)으로 중요 정치·정책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의무가 있다. 당 안팎에서 일어나는 사안에 대해 무작정 도망가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해서도 안 된다.

더구나 여야 대표는 각각 국가의전서열 7·8위에 해당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대표격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보장한다는 의미다. 국가 차원에 역시 권리를 가진 만큼 의무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기자의 질문은 국민을 대신한 질문이다. 국민의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제권은 어디에도 없다. 여야 대표 모두가 이를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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