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야구, 그리고 롯데

안승호 기자 2023. 5. 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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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광주 KIA전서 공을 던지는 롯데 김진욱. 연합뉴스



지난 3일 프로야구 광주 롯데-KIA전. 롯데는 10연승 도전이 어려워지는 흐름 속에서 경기 후반을 맞았다. 7회초 1점을 얻으며 2-6으로 추격했지만 여전히 4점차. 두 차례 공격 기회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간격이었다.

그런데 7회말 롯데가 마운드에 올린 카드는 조금은 ‘뜻밖’이었다. 개막 이후 미들맨으로 가장 안정적인 활약을 보이던 좌완 김진욱을 내세운 것이었다. 김진욱은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11경기에서 12.2이닝을 던져 4피안타 무실점의 만점 활약을 하던 중이었다. 새 시즌 불펜으로 전환해 성공 신호를 켠 상황으로, ‘승리조’로 분류된 입장은 아니었으나 이미 2승 3홀드를 거두며 필승 카드로 자리를 잡은 것과 다름없었다.

한 주 일정을 마치려면 갈 길이 먼 수요일 경기였다. 패색이 짙은 경기에 내기에는 아무래도 아까워 보이는 카드. 더구나 김진욱은 전날에도 1이닝을 던진 뒤였다.

경기를 지켜보는 시선 속에 누구라도 떠올리는 것은 ‘날씨’였다. 이튿날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된 상태였다. 남부지방은 예상 강수량이 더 많았다.

그러나 기상청 슈퍼컴퓨터도 종종 실수를 한다. 날씨는 여전히 하늘의 영역이다. ‘혹여, 비 안 오면 어쩌려고 그러나’, 하는 우려의 시선도 따를 만했다. 다음날도 두팀 경기가 예정된 상황으로 롯데 관계자도, KIA 관계자도 일기예보를 다시 볼 만한 시간이었다.

롯데로서는 일기예보를 의식했든 그렇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김진욱을 마운드에 올린 것을 다시 복기할 일이 없었다. 이튿날은 예보대로 비가 왔고, 그 비는 주말 내내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롯데는 ‘올스타 브레이크’ 못지않은, 닷새의 휴식 이후 새로운 주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날씨는 생활을 움직인다. 매일 하는 종목인 야구도 움직인다. 개막 이후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며 불펜 과부하 위험신호가 켜졌던 LG의 염경엽 감독은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을 치르며 “비가 와서 사흘간 경기를 하지 않는 사이 투수진이 회복하고 재정비할 시간이 됐다”며 하늘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고 보면, 롯데는 비로 인한 취소 경기가 참 많은 초반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일 현재 24경기만을 벌여 최다 경기를 한 SSG와 키움(이상 30경기)보다 무려 6경기나 덜 치렀다.

롯데로서는 날씨를 절묘하게 이용하고, 또 날씨의 도움도 받으며 기본 지표들 이상으로 승수를 뽑아낸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이닝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각종 투수 지표도 지켜줘야 할 외국인투수 두 명이 나란히 고전한 가운데서도 전체 투수진의 체력 소모가 그다지 크지 않았던 배경이기도 하다. 배영수 투수 코치 역시 이 대목에서 “잡을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 사이에서 투수 투입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 밀린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것은 각오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부상과 부진으로 투수 자원에 구멍이 생겼던 시즌 초반 경기 수가 적절했던 것은 롯데에는 분명히 ‘득’이 됐다. 개막 이후 팀 평균자책 10위(4.96)이지만 최근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구간 평균자책은 2위(3.20)인 롯데 마운드 역시 오름세를 타는 흐름으로, 투수진은 더 나빠질 것보다 더 좋아질 게 많은 시즌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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